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관세 부과 조치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자산 리플 종목의 하락률이 13%대를 나타내고 있다.  / 사진 = 뉴스1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자산 리플 종목의 하락률이 13%대를 나타내고 있다.  / 사진 = 뉴스1

3일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BTC) 가격은 전일 대비 4% 갸량 내린 1억30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가격은 지난 2일 저녁부터 하락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1월말 10만5000달러 수준이던 것이 2월초 한 차례 눈높이를 낮추더니 미 행정부 발표 이후 급격히 무너져 10만달러선이 또다시 붕괴, 9만3000달러선까지 내려앉았다. 

이번 하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과 주요 교역국간 무역 전쟁이 예상됨에 따라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시장의 투자심리 역시 위축됐다. 비트코인 외에도 전일(2일) 나스닥 선물은 2.7% 하락했으며, S&P500은 2%,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1.5% 하락하는 등, 미국 주요 증시도 크게 떨어졌다. 

시가총액 상위권 알트코인들 역시 대다수가 10% 이상의 낙폭을 보이며 크게 하락했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ETH)은 전일 대비 15.4% 떨어진 382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3위 리플(XRP)은 전일 대비 15.7% 내린 3541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율인 비트코인 도미넌스 지수는 60.6%로, 전일 최대 64%까지 올랐다. 이는 시장 불안정에 투자자들이 알트코인이 아닌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과 글로벌 시장간 가격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전일 국내 거래소 업비트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간 가격차이인 김치프리미엄은 최대 10%를 넘겼다. 김치프리미엄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때 커지는 경향이 있다. 

브래들리 박(Bradley Park) 크립토퀀트 시장 분석가는 “대부분 소매투자자들은 이미 현물에 투자하고 있거나, 탈중앙화거래소를 이용하기 위해 거래소에서 자금을 인출했다”며 “이번 김치프리미엄은 한국 시장에서 과매수가 일어난 것이 원인이 아니고, 오히려 달러 강세 환경에 따른 투자자들의 수동적 대응으로 발생한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대규모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관세 부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게 되면, 투자자들이 채권보다 수익률이 비교적 높은 가상자산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이란 분석이다. 

제프 파크 비트와이즈(Bitwise) 전략 책임가는 “약달러로 미국 국채 수익률이 낮아지면, 이 자금이 유입될 곳은 제한적”이라며 “주식 시장도 유력하지만 관세나 세금 같은 요인으로 경쟁력이 낮으며 오히려 비트코인이 높은 변동성과 수익성으로 투자 대안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하락으로 손실을 본 것은 개인 투자자들 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가문이 지원하는 가상자산 프로젝트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는 이번 하락으로 보유 가상자산 평가금액이 약 21%(약 357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WLFI가 가장 많이 보유한 가상자산은 이더리움으로, 취득액 대비 약 24.5% 손실을 봤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