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대통령’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국에 본사를 둔 가상자산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것이란 기대감 속에 고공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31일 가상자산 시황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기준 리플(XRP)가격은 450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리플은 3000원선에서 거래가 됐다. 한 달새 45% 가량 상승한 것이다. 

이같은 상승세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 종결 기대감이 한몫했다. SEC는 리플사가 허가받지 않은 증권인 가상자산 XRP를 판매했다며 고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던 중이었다. 

29일 SEC는 리플과 진행중인 소송건을 웹사이트에서 돌연 삭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SEC와 리플 간의 수년에 걸친 소송이 종지부를 찍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등장으로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에 회의적었던 SEC의 입장도 완화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디지털자산 준비금’과 관련된 기대감 역시 리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랩스(RippleLabs) CEO는 이달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 외에도 다른 가상자산을 ‘디지털 자산 준비금’으로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취임으로 리플처럼 미국에 본사를 두거나, 미국에서 발행된 가상자산들이 정책적으로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관심이 몰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가상자산 행보와 더불어 ‘미국 우선주의’기치 아래 ‘미국 코인’을 우선시한 정책이 펼쳐질 수 있다는 예상에서다. 

실제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에릭 트럼프는 미국에 본사를 둔 가상자산 회사가 발행한 토큰들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리플 외에도 미국산 코인으로 분류되는 시가총액 상위권에 위치한 가상자산은 솔라나(SOL)와 스텔라(XLM), 헤데라(HBAR), 수이(SUI), 카르다노(ADA), 도지코인(DOGE), 유에스달러코인(USDC) 등이 꼽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발행한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 역시 솔라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됐다. 현재 솔라나 가격은 34만4000원 수준으로, 월초 대비 25% 상승했다.   

밈코인의 대표격인 도지코인도 빼놓을 수 없다. 도지코인은 일론 머스크가 수장인 정부효율부의(DOGE)의 로고로 채택되기로 했으며, 최근 ETF(상장지수펀드) 신청서가 제출되면서 하루새 24% 오르기도 했다. 이외에도 스텔라는 월초 대비 21.3% 카르다노는 11% 가량 상승했다. 

다만 시장의 기대감과 달리 업계 전문가들은 낙관적인 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실제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실제 산업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에서다.  

퀸 톰슨 렉커 캐피털 창업자는 “정부가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코인)에 벤처캐피탈식 투자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비트코인 외 다른 가상자산을 준비금으로 채택하는 것은 잘못된 아이디어”라고 했다. 

국내 블록체인 전문 기관인 디스프레드 리서치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단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였으나 여러 경제적 요인과 정책적 불확실성으로 현재 시장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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