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올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750억달러(약 108조7275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증권가 예상치보다 29% 많은 금액이다. 이번 알파벳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구글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가운데 발표됐다.

구글 로고. / 뉴스1
구글 로고. / 뉴스1

5일 로이터통신, 더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알파벳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964억7000만달러(약 140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보다 2억달러(약 2899억원)쯤이 낮은 셈이다. 주당 순이익은 2.15달러(약 3115원)로 전망치 2.13달러(약 3086원)를 웃돌았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119억6000만달러(약 17조6052억원)로 시장 전망치 121억9000만달러(약 17조6486억원)를 밑돌았다.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지만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지난해 3분기 구글 클라우드 매출 성장률은 35%였다. 시장전망치는 32.3%다.

로이터는 전문가를 인용해 구글이 클라우드 매출 목표에 미달했고 현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알파벳이 이번에 발표한 AI 인프라 투자 역시 막대한 자본을 들여놓고도 AI 사업이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알파벳이 이미 클라우드 사업에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빠르게 성장하다가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AI 사업에 같은 방식을 적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외신은 딥시크가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봤다. 실제 알파벳의 AI 인프라 투자 발표는 알파벳이 효율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고 성장세가 시장 전망치를 밑돌 수 있다는 불안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알파벳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7% 하락했다.

그럼에도 알파벳은 AI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알파벳은 올해 1분기에만 160억(약 23조원)~180억달러(약 26조원)를 지출할 예정이다. 이는 딥시크가 AI 모델 최종 학습에 사용했다고 밝힌 600만달러(약 87억원)의 3만배쯤에 달하는 금액이다. 딥시크가 실제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13억달러(1조8785억원)와 비교해도 12~14배 많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 알파벳은 AI 분야를 선도하는 위치와 전 사업 부문의 강력한 성장 덕에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며 “알파벳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테스트하고 출시하고 있으며 컴퓨팅 성능 향상과 효율성 증대에도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