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0일부터 11일까지 파리에서 개최된 'AI 액션 서밋(Action Summit)'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전환점을 알리는 중요한 이벤트였다. 이번 정상회의는 AI 기술의 혁신, 고용 창출, 공공의 이익을 위한 AI 거버넌스에 초점을 맞추며 기존의 AI 안전 규제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보다 실용적이고 경쟁 지향적인 방향으로 선회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1090억유로(약 163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 유치 계획을 발표하며 EU의 AI 규제 완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EU의 전략적 결단으로 볼 수 있다. 프랑스는 파리를 유럽의 AI 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제시하며 미국, 중국과 함께 AI 주도권 확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AI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5000억달러(약 731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AI 기술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역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AI 생태계 구축을 통해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의 AI 산업은 정부의 주도적 지원보다는 개별 기업들의 각자도생 형태로 발전해 왔다. 단순히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것보다 AI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산업화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온디바이스 AI와 AI 반도체 기술을 결합해 에지 컴퓨팅,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등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EU와 미국이 AI 규제를 완화하며 기술 경쟁에 뛰어든 것과 달리, 한국은 AI 기본법을 통해 규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는 혁신보다는 통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데이터 개방과 활용을 촉진하는 ‘AI 샌드박스’ 제도 도입도 시급하다. 파리 서밋에서 한국은 국제 협력 의지를 표명했지만, 실질적 기술 표준 주도권 확보는 미흡했다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미국의 스타게이트 이니셔티브나 EU의 인베스트AI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협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술 교류와 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2026년 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규제와 혁신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AI 컴퓨팅 인프라 발전 전략은 고성능 GPU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이는 하드웨어 투자에 그쳐서는 안 된다. AI 스타트업 지원, 해외 진출 금융 패키지, 융합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통합한 ‘AI 생태계 펀드’를 설립해 산업 전반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AI 국가전략 2025’를 개정해 단순한 기술 개발 목표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명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헬스케어, 제조, 금융 등 한국의 강점 분야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해외 시장에 적극 수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적 자원이다. 미국과 중국이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며 패권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도 규제 완화, 인프라 투자, 글로벌 협력을 축으로 한 종합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AI 반도체부터 응용 서비스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한국도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은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단순한 투자 규모 확대나 파편화된 지원 정책으로는 미국, 중국, EU와의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 AI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규제를 완화하며 전략적 투자와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파리 AI 액션 서밋이 보여준 글로벌 AI 경쟁의 새로운 흐름을 주시하며 한국도 과감하고 체계적인 AI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가야 할 때이다.
“AI의 미래는 정치적 문제이자 주권의 문제다. 생태계를 갖춘 국가만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말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윤석빈 트러스트 커넥터 대표는 서강대 AI·SW 대학원 특임교수로 투이컨설팅 자문과 한국 블록체인 학회 이사, 법무 법인 DLG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오라클과 한국 IBM 등 IT 업계 경력과 더불어 서강대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 산학협력 교수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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