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기업 문화가 재계 전반으로 번진다. 국내 주요 대기업은 파격적인 육아휴직부터 자녀 입학 선물까지 임직원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며 저출산 문제 해결에 앞장선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법에 명시된 기준보다 더 파격적인 육아·출산 복지제도를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의 난임 휴가는 6일(유급 5일·무급 1일)이다. 법 기준(3일)의 두배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1일 2시간) 적용 기간도 법 기준(12주 이내, 36주 이후)보다 확대한 12주 이내, 32주 이후로 늘렸다.
배우자 출산휴가도 법 기준(10일)보다 긴 15일을 준다. 2024년부터 기존 2회 분할 사용에서 3회 분할 사용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쌍둥이 이상 출산할 경우 배우자 출산휴가는 20일로 늘어난다.
초등학교 6학년(만 12세) 이하 자녀 양육 시 육아휴직은 2년이다. 육아휴직 후 복직하는 임직원의 업무 적응을 지원하는 리보딩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수원 사업장에선 총 4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정원은 1200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삼성전자 임직원 중 남성·여성 육아휴직자 수는 각 1304명과 3173명으로 2021년(999명) 대비 30.5%와 8.1% 늘었다. 육아 휴직 후 복귀율은 남성 97.7%와 여성 99.0%였다.
SK온도 회사 구성원의 육아휴직을 법정 1년에서 추가로 1년까지 연장해 최장 2년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임신 중이거나 만 8세(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 양육이 필요한 구성원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 제도는 남녀 제한 없이 사용 가능하다. 2024년 4월 기준 SK온의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전체 휴직자의 절반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출산 전 휴직,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육아휴직 자동 전환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육아휴직 자동 전환제는 출산휴가와 동시에 육아휴직 1년3개월을 자동 부여해 직원들이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SK E&S는 자녀 학자금을 자녀 수 제한 없이 지원한다.
SK하이닉스는 난임 시술 휴가와 배우자가 유산할 경우 별도 휴가를 지원한다. 배우자 출산 휴가는 출산 자녀 수와 관계없이 25일(3회 분할)까지 쓸 수 있다. 태아 검진 휴가와 난임 시술 지원도 별도 지원한다. 업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적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운 직원을 위해 육아기 근무시간 단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은 최대 2년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1년 휴직, 1년 근무시간 단축’도 가능하다. 부부 동반 육아휴직도 가능하며 난임치료휴가는 총 6일의 유급휴가 제공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LG전자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에선 매년 직원 500여 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녀를 출산한 여성 직원 가운데 95.6%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지난 3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한 구성원 가운데 남성이 42.5%로 절반에 육박한다.
LG전자는 3월 초·중·고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구성원들에게 노트북, 학용품세트 등 입학 축하 선물을 전달했다고 11일 밝혔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사장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밝고 건강하게 학교 생활하기를 응원한다" 등 메시지를 담은 입학 축하 편지도 함께 전달한다.
LG전자 구성원들은 자녀 1명당 1회 자녀의 입학 시점에 맞춰 노트북을 신청할 수 있다. 올해는 2018년생(초등학교), 2012년생(중학교), 2009년생(고등학교) 자녀 3000여명이 선물을 받는다.
입학 선물은 수능 응원 선물 등과 함께 생애 주기 맞춤형 선물의 일환으로 운영 중인 LG전자의 대표 복지 제도다. 제도를 첫 시행한 2021년부터 올해까지 지난 5년간 선물한 노트북은 2만2000대에 이른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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