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낸다. 영업통을 앞세운 4대 시중 은행장과 다르게 강 행장은 ‘디지털 금융 전문가’로 농협은행의 체질 개선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취임 일성으로 ‘디지털 리딩뱅크 도약’을 내세운 만큼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 한다는 방침이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지난달 3일 농협은행 본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대내외 위기 극복 및 임직원의 비상한 각오와 농협의 정체성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경영방향을 제시했다. / NH농협은행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지난달 3일 농협은행 본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대내외 위기 극복 및 임직원의 비상한 각오와 농협의 정체성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경영방향을 제시했다. / NH농협은행

27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방위 협력과 신사업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네이버페이와 ‘디지털 금융 생태계 확장을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상호 협력체계 구축은 물론,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강 행장이 직접 네이버 데이터센터에 방문해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등 이번 협력을 계기로 금융 혁신의 기반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 업무협약은 고객들이 한 차원 높은 금융서비스를 경험할 마중물 역할이 될 것”이라며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플랫폼 구축에도 착수했다. LG CNS와 PwC컨설팅 등 생성형 AI 분야 전문기업이 참여하는 사업이다. 이번 사업으로 유연하고 확장성 있는 생성형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 품질 확보를 위한 비정형 데이터 관리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17일부턴 은행권 최초로 일선 영업점에 ‘인공지능(AI) 추천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기존 단순 추천 수준에서 추천 이유까지 설명하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한다. 고객의 특성에 맞춰 상품을 추천하고, 그 이유까지 직원에게 노출하는 방식이다. 직원은 이를 바탕으로 고객 요청에 대응하게 된다. 

디지털 시스템 개선으로 내부통제도 강화한다. 강 행장은 올해 농협은행 ‘금융사고 제로(zero)화’를 선언했다. 고객이 믿고 안심하며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모든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해 취약점을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최근 여신사고 예방을 위한 여신 프로세스 개선에 나섰다. 사고 예방을 위해 수작업 과정을 제거, 고의‧중과실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전산 조작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목표다.

이어 여신사고 예방을 위해 영업점과 후선부서, 담당자와 책임자 간 상호 검증을 통한 사고방지 솔루션 구축도 추진한다. 여신 프로세스 관련 컨설팅을 기반으로 별도 구축 방침을 수립할 예정이다.

강태영 은행장이 IT부문 회의에 참석해 25년 중점 추진계획을 보고받고 있다. /NH농협은행
강태영 은행장이 IT부문 회의에 참석해 25년 중점 추진계획을 보고받고 있다. /NH농협은행

강 행장은 농협은행에서 디지털 전환을 싹 틔운 인물로 꼽힌다. 지난 2018년 농협은행 모바일 플랫폼인 올원뱅크사업부장을 시작으로 2019년 디지털전략 부장, 2023년 농협은행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 부문장을 거쳤다. 

DT부문장 당시 AI를 활용한 신기술 도입을 적극 추진 했다. 대화형 ATM도입을 위해 4무(無) 금융서비스 도입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통장과 카드, 인감, 비밀번호 없이 다양한 생체 인증 방식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미래 경젱력 제고 태스크포스(TF)'에선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비대면 여수신상품 개발, 올원뱅크 사용자경험 및 사용자 환경 개선 등을 이끌었다.

농협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인 올원뱅크를 지금의 슈퍼앱으로 전환하는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올원뱅크 가입자수는 강 행장이 사업부장을 맡은 2018년부터 1년 사이 100만명 넘게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강 행장이 올원뱅크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 행장 취임 직후 농협은행은 올원뱅크를 전면 개편, 이른바 ‘슈퍼앱’으로 진화시켰다. 은행 업무뿐 아니라 증권, 카드, 보험 등 금융계열사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생활서비스를 연계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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