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업을 하는 사람도 그렇고 AI를 사용하려는 수요 기업도 AI 역량을 갖춘 전문인력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실제 산업에 특화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나 관련 인증 지원 같은 것이 부족합니다.”

김민준 랭코드 대표이사는 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AI 기본법 현안 논의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랭코드는 적응형 대화형 AI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AI기본법 현안 논의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AI기본법 현안 논의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AI 인재 확보 힘든 이유 살펴봐야

이날 토론회는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개최한 AI 공청회와 내용이 비슷했다. 대한민국 AI 진흥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서로 다 알지만 해결은 딱히 되지 않고 시간이 흐르고 있어서다. 문제 제기와 정책제언은 계속 비슷한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AI 업계가 전문인력 부족을 이야기해 온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전문인력 부족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글로벌 AI 3위 강국을 노리는 여러 나라 중 순위가 낮은 이유로 여겨진다. 다른 이유로는 국가적 지원 규모가 적다는 점이 꼽힌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업계 전문가들은 AI 기본법을 통해 인재 유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거대 멀티모달 AI 개발기업 트웰브랩스의 정진우 공동창업자는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진출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기초체력을 육성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기술이민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네덜란드는 해외 기술 노동자에게 5년간 30%의 세제혜택을 주고 캐나다는 국가 차원에서 핵심 인재의 적극적인 이민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학자들을 모아 AI 허브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정진우 창업자는 “기술인재를 한국에서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벌에도 좋은 인재가 많아 이런 인재가 한국에 오도록 실질적인 유인이 필요하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등의 이유로 비정형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는 것이 어려움이 많은데 법적인 근거가 불명확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같은 곳에서 승인을 받기도 어렵다는 점 역시 공공부문에서 법적인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순민 KT AI퓨처랩장 상무 역시 “우리나라가 인재가 정말 일하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외국 인력 유입도 고민해야 하는 점이 실제로 외국분들과 이야기하면 한국처럼 자동차도 만들고 핸드폰도 만들고 검색 포털도 있고 5G 상용화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했고 K컬처까지 이렇게 모든 것을 갖춘 나라는 우리나라가 독보적이라 세계에서 제일 매력 있는 나라라고 하면서 정작 유입이 잘되지 않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AI 공청회·정책토론회·세미나, 계속 닮은 꼴

이 같은 지적은 앞서 2월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한 AI 공청회에서도 나왔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미국 싱크탱크 매크로폴로의 2022년 자료를 인용해 세계 상위 20%의 AI 분야 연구원 중 한국인 비율이 2%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47%, 미국은 18%다. 급여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인재가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상임 “빅테크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AI 인프라 확충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우리 연구자와 기업은 인프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첨단 AI 알고리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고급 인재가 부족하고 상위 1%급 혁신 인재는 국내 유치가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국회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AI 병역특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과 2월 19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분당사옥을 찾아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네이버 관계자들에게도 말한 내용이다.

당시 최민희 위원장은 “기업 활동에 국회가 민폐를 끼치지 않고 과학기술의 발전을 제도로 막지 않으며 인권이나 개인정보를 위협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역기능에 관한 대책은 같이 고민하겠다는 원칙 아래 AI 병역특례와 AI 기업 세제혜택 확대 등 구체적인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와 국회의 엇박자다. 원인을 파악했어도 해결방안 도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모양새다. 정부와 국회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미국, 중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의 투자 규모가 적다는 것도 안다. 이 역시 25일 AI 공청회를 비롯해 정책 토론회와 세미나 등에서 꾸준히 나왔던 지적이다.

AI 기업이 병역특례를 통해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 기업에 세제혜택을 늘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이 데이터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등의 목소리 역시 AI 업계가 자주 이야기했음에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다. 엇박자가 나는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다. 정부가 머뭇거리기도 하고 국회가 정쟁을 벌이느라 미뤄지는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토론회를 주최한 조인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축사에서 “어제 공청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님께 말씀드렸는데 우리나라 AI 인프라 확충이 너무 느리고 답답하니 정부에서 연구시설처럼 우선 조성하고 민간에서 사용하도록 해달라고 했는데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GPU의 핵심 부품은 HBM인데 HBM은 한국만 만들고 있으니 이를 공공부문과 민간이 같이 노력해서 GPU 확보에 활용한다면 우리도 최단기간에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