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한령 해제에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한한령 해제가 실현됐을 경우 우리나라 영화와 드라마, 게임, 음악 등 주요 K콘텐츠 산업에 어떤 영향이 끼쳐질 지 IT조선이 살펴봤다. [편집자주]

한한령이라는 문화장벽에도 중국에는 K팝 음반과 굿즈(MD)를 구매하는 팬덤이 존재했다. 한한령으로 인해 불가한 것은 현지 공연뿐이었다. 하지만 한한령이 해제되면 공연수익을 비롯한 대규모 부가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분석된다. 

콘서트. / 픽사베이
콘서트. / 픽사베이

중국의 K팝 팬덤은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요 고객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K팝 음반이 3번째로 많이 수출되는 나라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K팝 현물(피지컬) 음반 수출액 비중은 일본 31%, 미국 22%, 중국 20%로 나타났다. 중국 내 음반 판매량 변화폭이 클수록 국내 기업의 실적 변동 폭도 크다. 음반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요 수익원이라서다.

그만큼 중국에서 불매운동이라도 벌어지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2023년 말 중국에서 K팝 음반 공동구매(공구)가 감소하자 SM엔터테인먼트 등 우리나라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실적이 하락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중국 내 한한령이 계속되는 가운데에도 중국 K팝 음반 수출액은 전년 대비 76.4%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공연수익이다. 음반은 꾸준히 판매되지만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에서는 공연이 열릴 수 없다. 높은 음반 판매량은 높은 공연 수요로 이어지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말이다. 특히 중국에는 5만석 이상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스타디움급 공연장이 36곳에 달하는데, 이런 큰 공연장에서 K팝 공연을 열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국 본토에서 K팝 공연을 할 수 있게 되면 인기 아티스트는 100만명쯤 모객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는 한한령 이전 중국에서 최대 규모로 공연을 진행한 빅뱅 기준이다. 빅뱅은 2016년 중국 본토에서 홍콩·마카오·대만 포함 총 29회의 팬미팅을 진행하며 48만명쯤을 모았다. 2015년 월드투어 당시에는 마카오 포함 21회의 공연을 통해 27만명쯤을 모객했다.

중국 내 인기 있는 해외 음악 콘텐츠 국가별 순위. / 2024 해외한류실태조사 갈무리

코로나19 이후 K팝의 위상이 높아져 중국에서 100만명쯤의 공연 관객을 모으면 단순 입장권으로만 1500억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한다. 국내 기준 2층 이상 좌석 티켓값이 15만원쯤이라서다. 100만명만 모객할 수 있다면 20만원쯤인 1층 플로어석을 고려하지 않아도 중국 내 공연 수익이 1500억원쯤이 된다.

이는 한국 가수가 중국 투어만 잘 돌아도 왠만한 기업의 1년치 공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2023년 기준 하이브(3591억원)·YG엔터테인먼트(1115억원)·SM엔터테인먼트(768억원)·JYP엔터테인먼트(632억원) 등 빅4의 합산 공연매출은 6100억원이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한한령 해제로 중국 본토에서 공연이 가능해진다면 100만명 이상 추가 모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이 주변국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중국은 문화개방을 통해 내수 진작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음악콘텐츠가 K팝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4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 해외 음악 콘텐츠 경험자의 72.8%는 K팝을 소비했다. 이는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선택을 모두 종합한 결과다. K팝 다음으로는 미국 67.7%, 일본 49.3% 순이다. 

업계는 한한령 해제 시 가장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으로 SM엔터테인먼트를 꼽는다. SM엔터테인먼트의 주요 아티스트인 걸그룹 에스파의 중국 팬덤 규모가 크기 때문다. 또 SM엔터테인먼트는 초창기 한류 열풍 시절부터 쌓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에스파 미니앨범 3집 판매량 205만장 중 48만장쯤이 에스파 카리나의 중국 팬 카페에서 공동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