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이 심상치 않은 기록을 세우고 있다. 애니플러스가 수입해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한 이 영화가 스크린수가 4배 넘게 많은 헐리우드 영화 ‘미키17’의 뒤를 바짝 쫓고 있기 때문이다. 예매율도 21일 기준 16.6%로 3월 19일 개봉한 디즈니 실사영화 ‘백설공주’의 10.7%보다 높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FIC)에 따르면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은 3월 20일 1만8525명이 관람했다. 같은 날 미키17 관람객 수는 2만1494명이다. 미키17이 2만명대 일평균 관람객을 유지한 가운데 메가박스 한 곳에서만 상영하는 극장판 진격의 거인이 비슷한 수의 관객을 모으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점은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의 내용이다. 해당 영화는 TV 시리즈 ‘진격의 거인 더 파이널 시즌’의 전편과 후편을 합쳐 재구성한 ‘총집편’이다.
진격의 거인 더 파이널 시즌은 10년 동안 진행된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마지막을 담당하는 시즌이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왓챠, 라프텔 등 모든 OTT에서 서비스된다.
이는 극장판의 내용이 새로운 ‘진격의 거인’ 스토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미 TV로 방영된 내용에서 작화를 일부 수정하고 음향을 개선한 다음 쿠키 영상 몇 가지를 추가한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하거나 그 영화가 수입된 것은 더더욱 아니다. TV 애니메이션도 볼 수 있다. 상영관도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3곳에 모두 마련된 것이 아니라 메가박스 단독 개봉이다.
그럼에도 극장판 진격의 거인은 개봉 일주일 만에 누적 관객수 27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한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누적 관객수 42만명 기록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 영화관도 OTT처럼 ‘볼만한 콘텐츠’가 있어야 부진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배경이다. 넷플릭스가 수백억원을 투자해 확보한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보려고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이가 생기는 것처럼 극장판 진격의 거인을 보려고 메가박스에 가는 이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영화관 업계는 최근 영화관이 아이돌 콘서트 실황 영화 등을 상영하는 것도 해당 팬덤이 영화관을 찾아올만한 콘텐츠와 함께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제공해 어떻게든 오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영화·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통합 검색 및 리뷰 플랫폼 키노라이츠의 양준영 대표는 “최근 관객의 눈이 높아져 콘텐츠를 깐깐하게 따져보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극장판 진격의 거인 성과를 보면 여전히 관객은 보고 싶은 볼만한 영화가 있다면 영화관에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4월에 일본의 실사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를 배급해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재개봉하는 것도 ‘관객은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영화관에 간다’는 맥락에서 추진했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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