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플랫폼 티빙이 계정공유 단속을 시작한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에 이어 두 번째 단속이다. 계정공유 단속은 시청에 불편함을 느낀 이들이 신규 요금제에 가입해 유료 구독자 수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이용자가 몇 달간 구독을 중단했다가 몰아서 보는 ‘메뚜기’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티빙에 따르면 4월 2일부터 TV 기준 동일 IP를 사용하는 가구 구성원에만 계정 공유가 허용된다.
OTT 계정공유 단속은 넷플릭스가 2023년 미국에서 먼저 시작한 정책이다. 계정공유 단속은 계정 하나로 여러 명의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분리해 유료 요금제 가입자 수를 늘릴 수 있다.
이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대비 낮은 수익을 끌어올릴 방안으로 분석된다. 티빙의 MAU는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기준 올해 2월 679만2452명이다. 이는 넷플릭스 1345만1922명, 쿠팡플레이 684만2524명보다 낮은 수치다.
티빙의 MAU가 쿠팡플레이에 밀린 건 3월 한국프로야구(KBO) 개막 전까지 일종의 비수기를 겪는 영향이다. 티빙은 KBO 시즌이 막바지를 향하던 지난해 8월 MAU가 810만명쯤으로 넷플릭스와 MAU 격차를 381만까지 좁혔다. 티빙이 4월부터 계정공유를 단속하는 것도 KBO 시즌 본격화로 MAU가 증가할 시점에 맞춰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계정공유 단속이 유료 구독자 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OTT 업계에는 이미 ‘메뚜기족’이라는 용어가 있다. 메뚜기족은 몇 달에 한 번 구독하고 그동안 쌓인 콘텐츠를 소모하고 다시 구독을 해지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는 OTT 이용자 특성인 ‘몰아보기(binge viewing)’가 구독·해지가 쉬운 OTT 수익구조와 맞물린 소비 방식이다.
이런 이들을 붙잡기 위해 OTT가 선택한 방식이 순차 공개다. 인기 있는 콘텐츠를 시즌으로 쪼개고 그 하나의 시즌을 또 회차별 순차 공개한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카지노’,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와 ‘폭싹 속았수다’ 같은 콘텐츠가 이런 방식으로 공개됐다.
전문가들은 계정공유를 단속하더라도 몰아보는 이들과 그냥 구독을 유지하는 이들의 비중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문제는 몰아보고 해지하는 이가 늘면 재밌는 콘텐츠를 더 쪼개서 공개하는 식으로 무엇이든 뚫는 창과 무엇이든 막는 방패의 대결이 계속되면서 계속 구독을 유지하는 소비자만 콘텐츠를 기다렸다 봐야 하는 불편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는 MAU 증가가 매출 증가와 비례하지 않아서다. OTT 플랫폼은 유료 요금제 구독자가 곧 실적이다. MAU가 늘어난다고 매출이 증가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보는 것보다 중요한 건 유료 요금제 가입자 수의 증가다.
MAU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앱을 실행한 이용자 수를 말한다. 요금제 하나로 여러 명이 이용한다면 유료 가입자 수는 1명이지만 MAU는 여러 명이 될 수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 기업이 실적을 발표할 때 MAU가 아니라 가입자 수를 발표하는 이유다. MAU는 많은 이용자가 곧 수익인 광고 서비스에 중요한 지표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티빙은 합병도 있고 지금 가입자 하나하나가 소중한 상황인데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제휴 종료로 정체된 가입자 수에 변화를 주려고 계정공유를 단속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콘텐츠를 순차 공개해도 누구는 계속 구독을 유지하고 누구는 기다렸다 몰아보고 해지하는데 그 수가 크게 차이나지 않으니 이런 방식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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