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4대 금융지주 주가 희비가 엇갈렸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비교적 선방했지만, 업계 1, 2위 대형 지주사인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다만 금융주가 밸류업 기대주로 꼽힌다는 점에 비춰보면 올초 성적은 그리 탐탁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일 IT조선이 올 초 이후 전날(3월 31일)까지 4대 금융지주 주가를 분석한 결과, KB금융은 전날 7만9000원으로 마감, 작년 말 8만2900원 대비 4.7%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도 4만7650원에서 4만7050원으로 1.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이 7.4%, 하나금융이 4.9% 각각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시장 평균치라 할 수 있는 코스피 수익률 3.4%와 비교해도 크게 밑돌았다.
외국인이 하락장을 주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KB금융을 5476억원 순매도했다. 주식시장 전 종목을 통틀어 한화오션·현대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순매도 금액이다. 신한금융에 대해서도 3795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순매도 전체 6위다. 반면 하나금융의 외국인 순매도액은 676억원으로 비교적 적었고 우리금융에 대해서는 오히려 47억원을 순매수했다.
역대급 실적을 올린 점을 고려하면 주가 하락은 이례적이다. KB금융은 지난해 5조782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금융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5조 클럽’에 진입했다. 신한금융도 지난해 4조450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2022년(4조6656억원)보다 적지만 당시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세전 4438억원)에 따른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사실상 작년이 역대 최대 실적이다.
주주환원 재원 CET1 급락
높은 실적에도 주가가 하락한 것은 주주환원 여력이 투자자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주주환원 여력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CET1 비율로 가늠한다. 4대 금융은 CET1 비율을 연계해 주주환원 규모를 결정하는데 작년 말 두 그룹의 CET1 비율은 기대만큼 높지 않았다.
KB금융은 CET1 비율 13%를 초과하는 자본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 작년 말 CET1 비율은 13.53%로 전분기 13.85% 대비 0.32%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이 0.04%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치고 비율이 0.13%포인트 늘어난 우리금융과 상반됐다.
CET1 비율 급락은 실제 주주환원 규모 축소로 이어졌다. KB금융은 지난달 5일 실적 발표회에서 상반기 5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내놨다. 이는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1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본비율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며 “지난해 타사보다 높은 자본비율이 안정적인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면서 경쟁사 대비 프리미엄을 받았던 만큼, 지금의 주가 약세는 지금까지 누렸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한금융은 CET1 비율이 13.17%에서 13.06%로 0.11%포인트 하락하며 주주환원 관리 목표치인 13%를 겨우 맞췄다. CET1 비율의 분모인 RWA가 석 달 만에 약 4조원 불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을 50% 목표로 한 만큼 12%대로 떨어져도 주주환원을 중단하지 않겠으나 CET1 비율에 민감한 자사주 소각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크다.
주주들 손에 쥐어준 돈도 달랐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배당성향은 각각 23.6%, 24.5%로 하나금융 27%, 우리금융 28.9%를 크게 밑돌았다. 배당수익률도 우리금융이 6.9%, 하나금융이 6.0%로 5% 이상이었으나 KB금융은 3.5%, 신한금융은 4.3%로 은행 예금 금리 수준이었다.
금융지주 주가는 2분기 이후에도 밸류업과 주주환원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꾸준한 ROE(자기자본이익률) 상승과 이에 따른 주당가치 제고, 그리고 높은 배당수익률 등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한이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매 분기 꾸준한 이익 규모를 보여주면서 규제비율을 준수하며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여가는 은행주들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높은 주주환원은 금융지주 회장들도 늘 강조하는 바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모두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밸류업을 강조했다.
양종희 회장은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기반 자본 효율성을, 진옥동 회장은 ROE 10% 및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함영주 회장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임종룡 회장은 비과세 배당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1분기 주가 상승이 미흡했던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환원을 확대해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2월 경영진이 처음으로 동시에 자사주 매입에 나섰고 지난해 밸류업 방안 발표에서 업권 최고 수준의 총주주환원율을 지향하고 있다”며 “올해 이미 발표된 1조7600억원 외에도 추가 주주환원이 이뤄질 예정이고 회사 자체적으로 단순 성과를 넘어 지속가능성을 키워드로 꼽은 만큼 장기적으로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쌓아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도 “주가보다는 주식 소각 등을 밸류업 목표로 해 연초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쉬지 않고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며 “밸류업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끌고 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주가가 부정적이기보다는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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