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도 불구하고,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계속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함에 따라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주환원책을 발표하고 나선 상황. 하지만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실적에 비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환원책을 내지 못했다는 반응 속에 ‘주가 하락’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2024년 연간 실적 발표 전일 대비 2월 11일(종가) 주가 증감 추이를 비교한 그래프 / 그래픽=김경아 기자
2024년 연간 실적 발표 전일 대비 2월 11일(종가) 주가 증감 추이를 비교한 그래프 / 그래픽=김경아 기자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지난해 실적 발표와 함께 자사주 취득·소각, 배당액 상향 등 예년보다 확대된 주주환원 방안을 발표했다.

KB금융은 5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정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총 6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주주환원율을 40% 수준으로 상향한다. 하나금융은 4000억원의 자사주 소각과 ‘40%+α’ 주주환원율을 제시했고, 우리금융은 1500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한다.

각 금융지주가 이번에 발표한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규모를 전체 주식(자본금) 비율로 환산하면 ▲KB금융 24.9% ▲신한지주 21.9% ▲하나금융지주 26.6% ▲우리금융지주 4.4% 등이다. 

확대된 배당을 포함하면 주주환원율은 더 높아질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업계 최고 수준인 1800원, 신한지주는 570원, 우리금융은 660원의 주당 배당금을 발표했다. KB금융은 분기균등배당 제도를 활용 중인데, 4분기 기준 결산 현금배당은 804원으로 결정됐다.

각 금융지주의 배당 수익률을 살펴보면 주식 소각 비율과는 반대다. 지난 11일 기준 배당수익률(중간배당 포함)은, ▲KB금융 3.63% ▲신한지주 4.28% ▲하나금융지주 5.61% ▲우리금융지주 6.1% 등이다. 일단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가 2%대로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이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배당 수익 과세 등으로 개인주주들이 체감하는 수익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비과세 배당(감액 배당)’을 조기 도입하는 등 실질적인 주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강구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 주주들은 배당소득세 원천징수 없이 배당금 전액을 수령하게 된다.
 

주가 견인 못 하는 호실적… 시장 반응은 ‘냉랭’

확대된 주주환원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KB금융은 실적 발표 다음 날 바로 주가가 6.7%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752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시장의 실망감이 역력히 드러난 성적을 받았다. 급기야 지난 5일 경영진이 자사주 2만주를 장내 매입하는 등, 주가 부양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실적발표일 대비 지난 11일 KB금융(5일 발표)과 신한지주(6일 발표) 주가는 각각 7.8%, 3.2%씩 하락했다. 반면 하나금융지주(4일 발표)와 우리금융지주(7일 발표)는 각각 2.2%, 3% 증가하며 다소 선방했다. 일단 주주들이 주식 소각보다는 배당에 좀 더 호응했음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이 높아진 기대치 대비 아쉬움이 큰 주주환원 규모를 발표하면서 전체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끌어내렸다”며 “보통주자본(CET1) 비율과 자사주 규모가 높아진 시장 기대치 대비 다소 미흡해, CET1 상향 관리 노력의 절실함이 타행보다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탄핵 정국으로 인해 밸류업 탄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적 향상과 함께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중장기적인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비과세 배당 도입에 대해 “우리금융지주는 은행지주 내에서도 주주환원 중 배당의 비중이 크고 배당수익률 또한 높은 편이기 때문에 비과세 혜택은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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