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지난해 연회비로만 1조50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일반 고객들의 연회비를 면제해주거나 부담을 줄여주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1인당 카드발급 수가 늘어난 데다 기본 연회비가 올라가면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이 지난해 연회비로만 1조50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 DALL-E
카드사들이 지난해 연회비로만 1조50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 DALL-E

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업카드사 8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지난해 연회비 수익 총액은 1조4414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1조3312억원 대비 8.27% 증가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현대카드가 3397억원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냈다. 이어 ▲삼성카드 2926억원 ▲신한카드 2516억원 ▲KB국민카드 1840억원 ▲롯데카드 1505억원 ▲우리카드 1092억원 ▲하나카드 1052억원 ▲BC카드 839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카드사 연회비 수익은 불과 10년전인 2014년만 하더라도 5727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지속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성이 악화하자 카드사들이 연회비 인상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0년 말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넘은 이후 줄곧 증가세다.

최근 들어서는 10만원 이상의 연회비를 내야하는 프리미엄 카드들이 대거 출시하면서 수익 확대 전략을 꾀하고 있다. 기존 상품 혜택은 축소하고 연회비가 비싼 프리미엄 카드를 내놓으면서 전체 연회비 수준을 끌어올렸다. 또 연회비가 낮은 보급형(1만~3만원)과 비싼 혜택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카드(10만원 이상) 사이 중간 영역대를 공략하면서 가입자를 모으고 있다. 

한가지 상품에 혜택을 몰아주던 과거와 달리 여러 혜택을 세분화하는 상업자표시카드(PLCC)가 등장하면서 소비자 부담도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전업카드사별 연회비 수익 / IT조선
전업카드사별 연회비 수익 / IT조선

PLCC는 카드사가 특정 기업과 제휴해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현대카드의 대한항공 마일리지 카드, 신한카드의 이케아 멤버십 카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해당 혜택을 받으려면 기존 카드외에 추가로 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1인당 카드 보유수도 증가하면서 소비자 연회비 부담도 함께 늘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전업카드사 8곳의 휴면 신용카드 개수는 총 1581만4000장에 달한다. 과거 연회비 수익이 적었던 2015년 624만8000장에 비해 153.1% 급증했다. 카드 종류와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휴면카드 숫자도 늘었다.

문제는 1년 이상 이용 내역이 없어 신용카드가 휴면상태로 바뀌어도 연회비는 똑같이 부과된다는 점이다. 쓰지도 않는 카드에 매년 적지 않은 연회비를 부담해야 하지만, 소비자가 간과하기 쉽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들이 업황 악화에 따라 돈이 되는 것을 찾다보니까 연회비 수익에도 중점을 두는 추세"라며 "기존 상품 혜택을 줄이고 연회비가 비싼 프리미엄 카드 사용을 유도하는 것을 바람직하다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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