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중 무역 전쟁 격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시장의 중요성을 고려해 미국과 중국 모두에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는 모양새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수출품을 담은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뉴스1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수출품을 담은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뉴스1

추가 투자 계획·대관팀 정비 등 플랜B 골몰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적용을 앞두고 정책 동향을 살피기에 한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반도체에 최소 25% 품목별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25% 관세가 부과되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직접적인 타격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5조원에 달한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에 10%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반도체 수출이 5.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25%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액 감소 규모는 10%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미 투자 기업에 지급하기로 한 반도체법 보조금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추가 투자 계획 등 여러 선택지를 놓고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의중 파악을 위해 대관팀 정비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북미법인은 전 주한 미국대사였던 마크 리퍼트 부사장이 맡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조만간 리퍼트 부사장을 교체하고 신임 대외협력 팀장 자리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및 미 공화당과 밀접한 인사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딸이 소속된 로비업체와도 계약을 맺었다. 상호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신설한 그룹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인 SK아메리카를 주축으로 트럼프 정부와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은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 출신의 김정일 부사장이 대응하고 있다.

'놓칠 수 없는 시장' 中과도 관계 개선 힘써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이어가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핵심 시장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공장, 쑤저우에서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패키징 공장, 다롄에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양사의 지난해 대중 매출은 삼성전자 64조원, SK하이닉스가 13조원에 달한다.

두 회사는 미국 규제 범위 내 중국 생산라인 지속 운영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이행하고 있다. 원칙적으론 미국 제재로 중국 내 공장으로 장비 반입이 제한되지만 중국 내 우리 기업들은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돼 제한된 범위에서 장비도입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중국발전포럼(CDF) 행사기간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동하며 관계 다지기에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반도체 기업에 미국과 중국은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다"라며 "미국에서 직접 생산을 늘리고, 중국에서는 기존에 구축한 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양사에 최선의 대안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