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폭탄에 애플 주가가 2일(현지시각) 시간외 거래에서 7.54% 급락했다. 시가총액으로 1700억달러(약 230조원)가 순식간에 증발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이번 관세는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10%의 기본 관세를 매기고 중국(34%)·베트남(46%)·대만(32%) 등 일부 국가에는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구조다. 특히 대만은 애플이 핵심 칩셋인 '애플 실리콘'을 조달하는 핵심 공급망이다. 이번 조치로 애플에 공급망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주가도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팀 쿡 애플 CEO는 절묘한 타이밍에 자신이 보유한 대량의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져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쿡 CEO는 관세 발표 몇 시간 전에 보유 중이던 제한조건부주식(RSU) 10만8136주를 매각해 약 2400만달러(약 350억원)를 수령한 것으로 SEC(미 증권거래위원회) 공시를 통해 확인됐다. 마치 시장이 무너질 것을 예측한 듯한 타이밍이다.
이 RSU는 애플이 2020년 쿡 CEO에게 부여한 장기보상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매각 시점은 사전에 예정된 일정에 따른 것이다. 쿡 CEO는 2024년에도 두 차례 RSU 매각으로 각각 1600만달러와 5000만달러를 챙겼다. 이번 매각까지 합하면 1년 만에 주식 매각으로 9000만 달러(1317억원)를 벌어들인 셈이다.
모건스탠리는 애플이 관세 면제를 받지 못할 경우 중국산 제품만으로 연간 85억달러(12조4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의 구체적 대응 방안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이번 관세에는 면제 조치를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