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라인을 상대로 네이버와의 지분관계를 재검토하라며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는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으로 해석돼 한일 간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

1년이 지난 현재 네이버클라우드와 라인야후의 기술협력은 종료됐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라인야후의 모회사인 A홀딩스 지분을 50%씩 보유했다. ​네이버는 지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침묵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충분히 이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일본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의도적으로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네이버 일본 라인야후 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지난해 5월 1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라인플러스 본사로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 뉴스1
네이버 일본 라인야후 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지난해 5월 1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라인플러스 본사로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 뉴스1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모회사 A홀딩스 지분을 소프트뱅크와 50%씩 보유하고 있다. 이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라인야후 사태 이후 꾸준히 단기 지분 매각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한 결과다. 네이버는 올해 4월 2일에도 사내 입장문을 통해 라인야후 지분 매각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라인야후 모회사 지분 50%를 네이버가 보유한 건 라인이 아직 소프트뱅크에 넘어가지 못했다는 증거다. 기업은 보통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이사 선임 같은 중요한 안건을 결의한다.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기업의 평시 경영 관련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라인야후를 지배하는 A홀딩스의 경영 관련 주요 의사결정은 소프트뱅크 혼자 할 수 없고 네이버의 동의가 무조건 필요한 셈이다.

네이버, 소프트뱅크 법적 견제력 충분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라인야후 영향력을 잃었다거나 라인야후의 탈(脫) 네이버를 지켜보기만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해 3월 라인야후 사태 시작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기 라인야후 지분 매각은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거기다 3월 31일 라인야후가 일본 총무성에 제출한 보고서에 그동안 네이버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되어 온 세무 보고 등 업무에서 네이버 시스템 사용을 중단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가만히 라인야후의 탈네이버, 탈한국을 방관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일부러 가만히 있는 것으로 봤다. 지분 구조상 소프트뱅크는 혼자 증자, 신주 발행, 이사회 선임 등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A홀딩스 이사회를 구성하는 건 50% 주주인 소프트뱅크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라인야후에 관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와 창구는 있지만 A홀딩스 내부 구조나 일본 정부의 태도 등으로 인해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광식 법무법인 청출 변호사는 “일본 회사법은 한국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네이버가 반대할 경우 A홀딩스의 경영진을 소프트뱅크 혼자 구성하기 어려워 네이버를 ‘명목상 최대주주’나 ‘유령 지배구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라인야후 탈한국설 ‘사실무근’

그럼에도 일각에서 라인야후가 한국을 완전히 지우려 한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다. 라인야후가 라인 앱을 개발해 온 한국법인 라인플러스 위탁관계를 끊으려 한다는 식이다.

라인야후를 서비스하는 LY주식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이를 반박했다. LY주식회사는 “라인 앱은 일본, 한국, 베트남, 대만, 태국의 각 사가 협력하는 글로벌 개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라인플러스의 개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을 쥐고 아무 영향도 못미친다는 식의 주장이 있는데 반(反) 네이버 인사가 의도적으로 하는 것 같다”며 “지분 구조에 변화가 없는데 50% 지분을 들고도 ‘유령 지배’ 같은 말이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희진 가로재법률사무소 변호사는 “5% 지분만 있어도 행동주의 펀드처럼 활동할 수 있는데 네이버는 여전히 A홀딩스 지분 50%를 가진 공동 최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다”라며 “그럼에도 네이버는 일본 정부와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말을 아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적으로는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공동 최대주주지만 네이버는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라인야후 의사결정 구조에서 사실상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외국 기업이라 일본 정부와의 정면 충돌은 부담이 크니 네이버가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