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1년간 인도 내 아이폰 생산량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고율 관세를 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작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애플이 인도에서 생산한 아이폰 물량은 공장 출고가 기준 약 220억달러(약 31조원)에 달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6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아이폰 생산에서 인도 비중은 약 20%로 상승했다.
인도 기술부 조사 결과를 보면 이 기간 인도에서 생산된 아이폰 중 1조5000억루피(약 25조원) 어치가 외국으로 수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이후 인도에서 미국으로의 아이폰 수출이 급증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부터 상호관세 부과를 면하기 위해 전세기 6대를 동원해 아이폰 약 150만대, 600톤(t) 분량을 인도에서 미국으로 보냈다. 인도에서 생산한 아이폰의 미국 공급량을 더 늘릴 방침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여함에 따라 비교적 관세율이 낮은 인도에서 생산한 제품을 공급해 관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애플은 2017년 인도에서 구형 아이폰 생산을 시작으로 코로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당시 중국 공장에서 심각한 생산 차질을 겪은 뒤 아이폰 생산지를 인도로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인도에서 생산되는 아이폰의 대부분은 인도 남부에 위치한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 공장에서 조립되고 인도 기업인 타타 일렉트로닉스 등도 주요 공급업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12일(현지시각) 스마트폰·컴퓨터 등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125%의 추가 상호관세는 중국 생산 아이폰에 적용되지 않으나 상호관세와 별도로 중국에 부과한 20%의 관세는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관세가 면제된 인도 생산 아이폰이 20%의 관세를 적용받는 중국산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은 높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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