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동통신 3사가 5세대(5G) 이동통신 등 기존 사업 영역 투자 비용을 줄이는 대신 현금 곳간을 대거 채웠다. 경영활동을 영위하며 곧바로 투입 가능한 현금 확보를 통해 대내외 불확실성을 잠재우고 향후 인공지능(AI) 투자 동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통신3사 현금 및 현금성 자산 합계(단기금융상품 제외)는 6조6365억원으로 나타났다. KT가 3조7166억원으로 가장 많고 SK텔레콤 2조237억원, LG유플러스 8962억원 순이다.
2023년 당시 통신3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합계는 4조8939억원이었다. 불과 1년 만에 1조7426억원 늘어난 셈이다. 2023년 SK텔레콤 1조4549억원, KT 2조8795억원, LG유플러스 5595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던 것을 생각할 때 SK텔레콤 5688억원, KT 8371억원, LG유플러스 3367억원이 증가했다.
반면 통신3사는 지난해 유형자산(네트워크 망·기지국·중계기 등) 취득 규모를 2023년 대비 크게 줄였다. SK텔레콤은 2023년 2조9738억원의 유형자산을 취득했지만 2024년 4865억원 줄어든 2조4873억원을 취득했다. KT는 2023년 3조6929억원의 유형자산 및 투자부동산을 취득했으나 2024년 7835억원 줄어든 2조9094억원을 취득했다. LG유플러스는 2023년 2조5356억원의 유형자산을 취득했으나 2024년 6207억원 줄어든 1조9149억원을 취득했다.
현금성 자산을 많이 보유할수록 기업은 원하는 시기에 돈을 곧바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투자 영역이 그렇다.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대출과 기타 비용 없이 곧바로 신규 사업 투자가 가능하다. 최근 AI 투자 확대를 선언한 통신3사 입장에서 '실탄' 보유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와 같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AI 사업 진흥을 위해 앞으로 5년간 2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LG유플러스는 2028년까지 4년 동안 AI 영역에 최대 3조원을 쏟아부을 방침이다. 여러 해외 기업과 협업 중인 SK텔레콤은 지난해말 기준 이미 6000억원을 AI에 투자했다.
통신사들은 차입금 상환, 영업 현금흐름 개선, AI 투자 등에 따라 현금 보유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2025년 1~4월 예정돼 있는 차입금 상환을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다"라고 설명했다. KT는 "KT그룹사 전체의 영업 현금흐름이 개선된 데에 따른 것이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미래 먹거리인 AI에 투자하고 대외 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회계법인 출신의 한 공인회계사는 "기업 현금흐름표상 차입이 크게 발생했거나 투자자산 처분이 크게 발생했으면 신규 투자 계획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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