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인공지능(AI)과 6세대(6G) 이동통신 시대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3사 대표들은 한 해 회사 청사진이 공개되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에서 나란히 'AI'를 크게 외쳤다. 또 통신사들은 2030년 상용화를 앞둔 6G 국제 표준을 정하기 위해 3월 이동통신 기술 표준화 기구(3GPP) 주최로 열린 '6G 워크숍'에도 나란히 참여했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통신사들이 AI와 6G라는 글로벌 대세에 따르려는 움직임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통신사 입장에서 새로운 격변을 예고하고 있는 AI와 정부가 직접 나서 큰 그림을 그리는 6G 모두 놓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볼수록 어딘가 모르게 뭔가 빠져 있다는 느낌이다. 바로 통신사 본연의 직무인 '통신' 그중에서도 2019년 4월 상용화된 5세대(5G) 이동통신 이야기 말이다. 

통신사들은 5G 상용화 당시 "4세대 이동통신(LTE) 속도 대비 20배 빠르다"고 광고하며 5G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허위 광고였다.

공정위는 2023년 7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속도 관련해 허위·과장·기만 광고를 벌인 혐의로 총 과징금 139억원을 부과했다. 통신사들은 과장 광고가 아니라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한 '2024년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에 따르면 통신3사의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025.52Mbps,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78.05Mbps다. LTE 대비 5G 속도는 약 5.8배 빠를 뿐이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 "5G는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불만이 사라지지 않는다. LTE 대비 비싼 5G 요금제를 쓰지만 서울 내에도 여전히 5G가 잘 안 터지는 지역이 있다고도 토로한다.

6G보다 5G 속도 상향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참다못한 고객 중 일부는 이미 통신3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수차례 제기했다. 이 중 법원에서 5G 과장 광고에 대한 피해액을 인정한다면 향후 5G 서비스 가입자 전체에 대한 배상 가능성이 제기될 수도 있다.

느린 5G 속도에 뿔난 소비자에도 통신사들은 요지부동이다. 가입자 유치가 곧 돈이었던 5G 태동기만 해도 설비투자(CAPEX)에 적극적이었지만 통신 시장 자체가 정체기를 맞자 소극적으로 변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24년 통신3사 CAPEX는 6조6107억원에 그쳤다. 5G 태동기로 본격적인 투자가 진행된 2019년 통신3사 합산 CAPEX가 8조7793억원에 달했던 것을 생각할 때 5년 만에 2조1686억원이나 빠졌다.

통신사들은 포화상태에 이른 통신 시장 대신 앞으로 회사 운명을 좌우할 AI와 같은 비통신 영역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 일리 있는 말이다. 허나 그 말에 좀 더 힘이 들어가려면 통신사 본연의 임무인 통신 영역에서의 '내실 다지기'가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적어도 통신사들이 AI에 뛰어드는 상황을 보고 "통신도 못하면서 무슨 AI냐"는 소비자의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을까. 여전히 느린 5G가 아닌 제대로 빨라진 5G가 필요한 때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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