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 1, 2위를 다투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비슷한 시기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RA) 일임 서비스로 다시 맞붙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정도로 방치됐던 퇴직연금이 실적배당형 중심으로 바뀌면서 서둘러 신상품을 투입, 시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16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출시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8일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은행 등에서 퇴직연금 전용 RA 서비스 ‘M-ROBO(로보)’를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전날 삼성증권에서 쿼터백자산운용과 공동소유한 알고리즘 기반 RA 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는 AI 기반 알고리즘으로 개인의 성향과 시장상황에 따라 자산을 자동으로 운용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퇴직연금 관련 투자 포트폴리오 제공시 RA로는 자문 서비스만 가능했으나 정부가 RA 활용 IRP(개인형 퇴직연금)일임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하면서 지난달 말부터 투자사에 연금 투자판단을 맡길 수 있게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M-로보는 투자자의 연령, 성향, 목표 수익률 등을 종합 분석해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자동 설계하고 시장 변화에 따라 리밸런싱하는 게 특징이다. 높은 수준의 AI 기술에 운용 인력의 도메인(경험·운용역량) 지식을 더한 게 차별화 포인트라는 설명이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자체적인 RA 일임 서비스는 아니다. RA 전문운용사인 쿼터백자산운용과 협업해 만든 알고리즘이다. 이들이 만든 서비스는 AI와 빅데이터 기술 기반의 알고리즘이 투자자 성향, 목표, 시장 상황 등을 분석해 RA가 자동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P) 포트폴리오를 구성·운용한다.
퇴직연금·TDF는 미래에셋, ETF는 삼성 강세
자산운용 빅2 회사가 RA 사업에 뛰어든 건 퇴직연금 시장 성장세가 무궁무진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427조2000억원으로 전년(382조3000억원) 대비 11.7% 늘어났다. 최근 10년간 매년 10% 이상 성장세다. 2035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0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도 RA 일임 서비스 규모는 이미 1000조원대에 달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RA 적립금은 1조4700억달러(약 2100조원)로 개인형 퇴직연금시장 전체 5%를 차지한다. 4년 전인 2020년 7567억달러(약 1080조원)에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신청했으나 연내 목표라고 선언한만큼, 당분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2파전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이 다소 유리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삼성자산운용과 달리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의 직접적인 사업 주체에다, 운용업계 연금 시장의 선두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퇴직연금 설정액은 14일 기준 7조8894억원으로 업계 전체 24.2%를 차지한다. 2위인 삼성자산운용(3조9669억원)의 2배 가량 된다. 퇴직연금에 주로 편입되는 TDF(타깃데이터펀드)에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시장 점유율이 34%로 업계 1위다. 삼성자산운용은 16%로 2위다.
다만 삼성자산운용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그 저력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71조5686억원으로 전체 39.1%에 달한다. 순자산 61조9307억원인 미래에셋운용은 점유율이 33.8%로 그다음이다.
퇴직연금 RA 판도 변화가 향후 자산운용업계 순위에도 영향을 줄 거란 전망이다. 지난해 운용보수 1위였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영업이익이 141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자산운용은 1095억원으로 3위였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로보어드바이저는 기본적으로 실적배당형 상품인데 원리금보장상품에 치우쳤던 퇴직연금이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넘어오면 포트폴리오 안에 운용사 상품을 활용할 가능성이 커 자산운용사 실적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아직 시작 단계라서 로보어드바이저를 전망하기 어렵지만 미국 사례를 보면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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