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SBS 등 지상파 3사를 비롯한 방송사들이 각사의  콘텐츠를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에 공급하고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스스로 방송 플랫폼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자해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OTT 성장에 시청률이 줄며 방송광고 매출이 감소해 위기를 맞은 가운데 OTT에 콘텐츠를 제공해 시청률을 스스로 더 낮추는 자해 구조가 만들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상파3사 로고 / IT조선 DB
지상파3사 로고 / IT조선 DB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BS는 올해 1월 1일부터 넷플릭스와 6년간 콘텐츠 공급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KBS와 MBC, tvN과 JTBC 등 다른 방송사도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SBS를 포함한 지상파 3사는 SK스퀘어와 OTT ‘웨이브’를 운영하면서도 일부 프로그램을 방송 직후 넷플릭스에 함께 공급한다. 지역방송인 경남M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도 넷플릭스로 공개됐다.

문제는 이런 방송 산업 구조가 지상파의 방송 플랫폼 경쟁력을 점점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이는 우려 정도가 아니라 이미 실체화되고 있다.

2023 방송산업 실태조사 결과 지상파는 2023년 방송매출이 DMB를 포함해도 전년 대비 23.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상파 광고 매출은 2015년 1조9112억원에서 2023년 9273억원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지상파 대신 OTT를 보는 사람의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실시간으로 ‘본방사수’를 할 것이 아니라면 TV를 켤 이유도 없다. 웨이브는 ‘퀵VOD’로 방송이 끝나기 전부터 VOD를 제공한다. 방송이 끝난 직후에는 넷플릭스 같은 OTT에 공개된다.

전문가들은 지상파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를 포함해 OTT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이들은 지금 같은 콘텐츠 공급 구조가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TV 시청인원이 감소하는 가운데 넷플릭스 같은 대형 OTT에 제공되는 TV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시청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상파의 위기를 스스로 가속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방송업계가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협업을 통해 오히려 스스로를 약화시키는 자해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넷플릭스처럼 핵심 글로벌 진출 창구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난 다음의 전략이 없는 점이 자해 구조처럼 보이는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넷플릭스에 주요 콘텐츠를 공급하고 글로벌에 진출해도 그 상황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속 전략이 있어야 자해가 아니라 사업 전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게 없지만 공급 이후 그 IP를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전략이 없기 때문에 자해처럼 보인다”며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했다면 그 돈으로 후속작을 만든다거나 하는 후속 전략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런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상파는 이제 방송사가 아니라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해당 콘텐츠를 배급하는 투자배급사에 가까워진 모양새다.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상파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납품하는 건 지금의 비즈니스 구조로 자생이 어려워 수익을 낼 다른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OTT 콘텐츠 공급이 지상파 시청률을 올리고 실적을 회복하게 돕긴 어려우니 이런 콘텐츠 공급 전략의 지속가능성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