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공영방송이라는 명목으로 TV가 있는 모든 가정으로부터 매달 TV 수신료를 징수한다. 수신료는 준조세 성격을 가진 사실상 세금이다. KBS 콘텐츠를 OTT로 보는 시청자는 OTT 구독료와 TV 수신료를 모두 내는 일종의 이중과금을 하는 모양새가 된다. 지상파 콘텐츠가 넷플릭스 등 주요 OTT로 모두 제공되는 가운데 TV 수상기가 달린 TV를 보유했다고 수신료를 일괄 부과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넷플릭스 콘텐츠 목록에 따르면 최강 배달꾼(2017), 동백꽃 필 무렵(2019), 연모(2021), 진짜가 나타났다!(2023), 고려거란전쟁(2023), 미녀와 순정남(2024), 다리미 패밀리(2024) 등 KBS 드라마가 서비스되고 있다. KBS의 주요 콘텐츠는 웨이브를 중심으로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의 OTT에서 다시보기가 제공된다.
문제는 방송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2024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결과 일상생활 필수매체로 TV를 꼽은 응답자는 전체 22.6%로 전년 대비 4.6%p 감소했다. 13세 이상 전국민 8316명 중 주 5일 이상 TV를 이용하는 비율은 69.1%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71.4%보다 감소한 수치다.
반면 주 5일 이상 스마트폰 사용률은 92.2%로 전년 91.4%보다 올랐다. 스마트폰 이용자는 주로 숏폼(41.8%)과 OTT(39.4%)를 시청한다. OTT 이용률은 79.2%다. 전국민 10명 중 8명이 OTT로 방송 콘텐츠를 본다는 의미다.
이는 TV로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할 것이 아니라면 TV가 없어도 충분히 방송 프로그램을 소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TV가 없다는 건 수신료 징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게다가 TV를 일상생활 필수매체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22.6%로 전년 대비 4.6%p 감소했다. TV가 없어도 OTT만 있으면 방송 프로그램 소비가 가능한 국민이 많은 셈이다.
KBS 수신료 수익은 분리 징수가 논의된 2023년 당시 KBS 전체 예산의 45%쯤 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S의 수익원은 수신료 외에도 광고 수익, 재송신료(CPS), 프로그램 판매 수익 등 다양하다.
KBS는 영국 BBC처럼 광고가 없는게 아니라는 점에서 수익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CPS는 유료방송(IPTV·케이블TV 등)이 지상파 채널 송출 대가로 지급하는 금액을 말한다. KBS는 수신료 외에도 하나의 콘텐츠로 여러 차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KBS가 TV 수신료를 받는다고 OTT에 콘텐츠를 판매할 수 없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특히 넷플릭스 같은 해외 OTT에 콘텐츠를 판매해도 이는 도의적으로만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봤다.
실제 KBS는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를 해외 진출 창구 정도로 여기는 모양새다. KBS 콘텐츠 대부분은 KBS가 주요 주주인 국산 OTT 웨이브에 제공된다. 중요한 건 공급 이후다. KBS가 넷플릭스를 통해 ‘동백꽃 필 무렵’ 같은 드라마를 수출한 다음 해당 드라마 IP를 최대한 활용해야 수출한 의미가 생긴다는 것이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교수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수신료·광고·재송신료를 모두 유지하면서 유료 OTT에서 프로그램 판매 수익까지 얻는 지금 구조 대신 수신료를 더 받고 콘텐츠를 거의 무상에 가깝게 제공하거나 수신료를 줄이고 다른 수익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