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랩스(Ripple Labs)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4년간 이어진 법적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벌금 감액과 XRP 코인으로의 지급 가능성이 공개되면서, 시장에서는 제도권 진입과 가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리플은 최근 SEC와 약 5000만달러(약 687억원) 규모 벌금으로 합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당초 예치했던 1억2500만달러(약 1718억원) 중 상당 부분을 아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합의안에는 XRP 토큰으로 일부 벌금을 납부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은 SEC가 지난 2020년 말 리플의 XRP 판매를 미등록 증권 발행으로 규정하며 시작됐다. 지난 2023년 법원은 XRP의 기관 판매는 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일반 투자자 대상 자동화 판매와 임직원 보상용 지급은 증권이 아니라고 봤다. 이후 항소 절차가 이어졌으나, 최근 양측은 60일간의 항소 중단에 합의하며 합의 조율에 들어간 상태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와 SEC의 태도가 과거의 적대적 기조에서 산업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이번 합의는 산업 전반에 순풍(tailwind)이 불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이번 소송 종결이 리플에게 단순한 리스크 해소를 넘어 제도권 진입을 위한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비트와이즈, 그레이스케일, 21셰어스 등 주요 운용사들은 XRP 기반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상품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제도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XRP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ETF 상장이 유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시선이다. 

다만 시장 반응은 관망세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4월 초부터 이날까지 XRP의 일평균 거래량은 전월 대비 6.5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각각 15%,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XRP의 거래량 정체가 오히려 ETF 승인 발표를 기다리는 대기 국면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리플은 최근 스테이블코인 RLUSD 출시, 유동성 인프라 플랫폼 히든로드 인수 등 글로벌 금융 인프라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단순한 송금 서비스를 넘어 디지털 자산을 중심으로 한 B2B 핀테크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업계는 이번 합의가 확정되면 리플이 오랜 기간 끌어온 규제 리스크를 해소하고 향후 ETF 승인, 기관 수요 확대, 리플넷 기반 결제 시스템 확장 등으로 본격적인 반등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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