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ATS)가 출범한 지 50여일이 흘렀으나 증시로 몰린 자금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KRX)에서 거래하던 이들이 넥스트레이드(NXT)로 일부 옮겨갔지만 신규 투자자 유입은 없었다는 얘기다. NXT 도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시장 체질을 개선해 투자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달 4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에서 투자자들이 사고판 주식 거래대금은 총 608조8697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727조1418억원) 대비 16.3% 감소했다. / DALL-E
지난달 4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에서 투자자들이 사고판 주식 거래대금은 총 608조8697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727조1418억원) 대비 16.3% 감소했다. / DALL-E

21일 KRX·NXT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이달 18일까지 2개 증권거래소에서 투자자들이 사고판 주식 거래대금은 총 608조8697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 KRX 거래대금(727조1418억원)과 비교해 16.3% 줄어든 금액이다. NXT에서 50일간 62조2286억원이 새로 유입됐으나 KRX에 들어온 거래대금이 546조6411억원으로 1년 새 24.8% 대폭 줄어든 영향이다.

투자자별로 보면 KRX 내 개인 거래대금은 480조8840억원에서 325조4422억원으로 32.3%, 기관은 80조9332억원에서 73조9491억원으로 8.6%, 외국인은 156조2786억원에서 137조1038억원으로 12.3% 감소했다. NXT는 투자자별 거래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개인 투자자들이 NXT로 거래처를 옮겼을 뿐, 신규 유입은 거의 없는 것이란 업계 진단이다.

이는 NXT 출범 배경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NXT는 70여년간 KRX가 독점한 주식시장 구조를 해소하고 ▲투자자 편의성 제고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 등의 목적을 위해 출범했다. KRX가 문을 열지 않는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오후 3시 30분부터 8시까지 장을 열면서 투자자들이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KRX보다 20~40% 낮은 수수료를 적용해 거래 비용 부담을 줄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투자자 편의 확대에도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면서 ‘반쪽짜리 성과’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다.

최근 5년간 한국 주식시장 거래대금 추이. / [그래픽=윤승준 기자]
최근 5년간 한국 주식시장 거래대금 추이. / [그래픽=윤승준 기자]

NXT 출범에도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외면하는 것은 미국 등 해외주식 또는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으로 이탈한 영향이 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이달 18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결제금액(매수+매도)은 739억7546만달러(약 104조9046억원)로 1년 전 같은 기간580억6244만달러보다 27.4% 늘어났다. 투자자들은 미국 24.8%, 유로 72.78%, 일본 5.2%, 홍콩 430.8%, 중국 73.5% 등 다수 국가 증시에서 고르게 증가세를 보였다. 

밸류업 등 유인에도 불구, 결국 투자자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게 한계라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온라인 플랫폼 ‘소플’ 이용자 1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는 자본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로 ▲국내기업의 혁신성 정체(34.6%) ▲지배구조와 주주환원이 미흡하다’(15.4%)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한국은행 조사를 보면 2019~2023년 국내기업의 배당성향은 27.2%로 G20 국가 16개국(자료 미흡 등으로 4개국 제외) 중 가장 낮았다. 

기대를 모았던 NXT의 투자자 대부분이 개인이라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단타’ 성향이 강해 시장 변동성을 키워 시장 왜곡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이달 중 거래대금 상위권을 보면 ▲동신건설 ▲에이텍 ▲코나아이 ▲안랩 ▲대상홀딩스 등 정치 테마주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NXT 도입에 따른 거래 시간 확대만으로 주식시장 유동성 확대에 한계가 있으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 해소 등 주식시장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래량은 주가 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주가 상승기 거래대금이 늘어나고 주가 하락기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며 “거래대금을 확대하려면 주가가 올라야 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야 하고 거래 시간이 늘어나는 게 유동성 개선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유동성을 큰 폭으로 늘리는 재료로 작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