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 1분기 성적표에서 보험사 실적이 그룹 간 격차를 벌리는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계열사를 보유한 KB·신한·NH농협 등이 금융실적에 적잖은 보탬이 됐고, 하나금융 역시 차이는 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평가다.

다만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높은 은행 비중 만큼이나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추진이 더욱 절실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5대 금융 보험사 1분기 순손익 / IT조선
5대 금융 보험사 1분기 순손익 / IT조선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1분기 5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KB금융 1조6973억원 ▲신한금융 1조4883억원 ▲하나금융 1조1277억원 ▲우리금융 6156억원 ▲농협금융 8325억원으로 집계됐다. 총 순이익은 5조76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9825억원)보다 15.6% 증가했다.

KB금융은 사상 최대 분기 순익을 기록하며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다. 은행 부문에서는 홍콩H 주가연계증권(ELS) 여파로 신한은행에 비해 1000억원 가량 뒤처진 1조264억원의 순익을 거뒀지만, 보험 계열사가 그룹 전체 순익을 끌어올렸다.

KB손해보험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3135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보험사 핵심 영업지표인 누적 보험계약마진(CSM)도 8조9256억원에 달했다. 수익성 높은 장기보장성보험을 주로 취급하면서 판매 실적을 끌어올렸다.

KB라이프도 870억원의 순익을 냈다. 누적 CSM 잔액은 2조9897억원이다. KB금융의 생손보 합산 CSM잔액은 12조원에 육박한 상태다. 생손보 모두 자산 규모 확대 노력을 지속하면서 미래 수익원을 지속 축적하고 있다.

KB금융이 과거 LIG손해보험과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통해 구축한 보험 포트폴리오가 실적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생명보험 계열사 신한라이프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신한라이프는 1분기 1652억원의 순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2021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가 금융그룹 전체 실적에 보탬을 주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반면, 디지털 전업 손해보험사인 신한EZ손해보험은 46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9억원에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신한금융은 2022년 6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합병해 신한EZ손보를 출범시켰지만, 대면영업이 주를 이루는 보험 특성상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금융도 생손보 포트폴리오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생손보 합산 44억원 순익을 내면서 금융그룹 순익을 보탰다. 

특히 하나생명의 경우 순익이 전년 대비 168.7% 증가한 121억원을 기록하면서 실적이 크게 뛰었다.  해외 대체 투자 손실로 지속 적자를 냈던 투자손익이 개선된 영향이다. 올해 실버사업 등 신사업 개척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지속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하나손해보험이 7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43억원 보다 손실 폭이 커졌다. 수익성이 크지 않은 자동차보험과 미니보험을 주로 취급해왔던 탓에 실적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협금융은 생손보 합산 855억원의 보험손익을 냈다. 전년 동기 1318억원 대비 35.13% 감소했다. 1분기 경북 지역 산불 피해로 인해 농협손보 일회성 비용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실제 농협손보의 지난 1분기 보험영업비용은 829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7040억원에서 급증했다.

생손보 순익 폭이 크게 감소하긴 했지만, 장기 계약 기반의 안정적인 수입원을 제공하며 금융지주 비이자이익 비중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반면 우리금융은 보험 계열사가 없어 비은행 포트폴리오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우리금융의 1분기 순익은 61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2% 감소했다. 

우리금융은 전체 순익에서 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절대적이다. 그룹 전체 순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KB금융 60.5% ▲농협금융 66.6% ▲신한금융 75.8% ▲하나금융 88% ▲우리금융 102.8% 수준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금융은 현재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추진 중이다. 지난 2일 금융위원회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한숨 돌리게 됐다. 4대 금융 간 보험 실적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 시 그룹 전체 당기순익이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CFO는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보험사 인수가 완료될 경우, 그룹 당기순이익이 약 10% 증가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약 1%포인트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지난해 KB금융이 처음으로 순익 5조 클럽에 진입하면서 비은행 계열 강화가 모든 금융사 관심사로 떠올랐다"며 "우리금융이 은행 이자장사 비판을 피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선 보험사 인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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