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SKT)이 ‘유심 해킹 사태’에 주가 내리막을 타고 있다. 시가총액은 이틀 동안 약 1조원 증발했다. 통신주 1위를 다투는 KT와의 시총 격차는 1조5000억원 이상 벌어졌다. 해킹 사태 해결 과정에서 최대 수천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거란 예상도 나온다. 증권가는 SKT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내려 잡고 투자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텔레콤 시가총액은 11조4698억원으로 지난주 금요일인 25일 이후 9451억원 증발했다. 28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 SKT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SK텔레콤 유심 무상 교체를 받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뉴스1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텔레콤 시가총액은 11조4698억원으로 지난주 금요일인 25일 이후 9451억원 증발했다. 28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 SKT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SK텔레콤 유심 무상 교체를 받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뉴스1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텔레콤은 전날 대비 0.93% 내린 5만3400원에 장을 마쳤다. 2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이다. 28일에는 하루에만 6.75% 급락하며 코로나 펜데믹 당시인 2020년 3월 13일(-6.86%) 이후 5년 만에 일일 최대 하락 폭을 찍었다. 

주가 급락에 시총도 쪼그라들었다. 29일 기준 11조4698억원으로 지난주 금요일인 25일 12조4149억원 이후 2거래일간(28~29일) 9451억원이 증발했다. 이날 시총은 지난해 ‘블랙먼데이’ 다음 날인 8월 6일 11조1261억원을 기록한 후 가장 적은 규모다.

이는 SK그룹에도 여파를 미쳤다. SK그룹 소속 상장사 21곳의 시총은 29일 기준 204조8560억원으로 25일 208조4907억원 대비 3조6347억원 감소했다. 이 가운데 SKT 감소 폭이 27% 이상을 차지했다. 그룹 시총 내 SKT 비중이 5%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크다.

SK는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시총이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삼성(17개사)은 520조7507억원에서 524조6676억원으로 3조9169억원 ▲현대차(12개사)는 132조655억원에서 134조5397억원으로 2조4742억원 ▲LG(12개사)는 141조4416억원에서 143조8549억원으로 2조4134억 각각 늘어났다.

통신주 1위 경쟁을 벌이는 KT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KT는 이날 5만1600원으로 상승 마감하며 이틀 연속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시총은 13조43억원이다. 24일까지만 해도 65억원 격차로 SKT의 시총이 앞섰으나 다음날부터는 KT가 25일 2366억원, 28일 1조3011억원, 29일 1조5345억원 앞서 나갔다. 2003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20년 넘게 SKT가 통신주 1위를 지키던 ‘통신 대장주(株)’ 자리는 2월부터 엎치락뒤치락하다가 KT로 완전히 넘어가고 말았다.

SK그룹 및 SKT·KT 시가총액 현황. / [그래픽=윤승준 기자]
SK그룹 및 SKT·KT 시가총액 현황. / [그래픽=윤승준 기자]

유심 해킹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는 게 SKT 투자 매력을 떨어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SKT는 가입 2500만 회선 기준 유심 교체율 30% 가정 시 350억원, 전부 교체 시 최대 1000억원 비용을 지출하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 정보보호 투자 지출을 기존 매출액 대비 0.3%에서 경쟁사 수준(매출액 대비 0.5%)까지 늘릴 경우 300억원 추가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최대 직전 3개 사업연도 연평균 매출액 3%로 규정한 과징금 규정과 소비자와의 집단 소송 가능성도 재무적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가입자들이 이탈해 수익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점도 악재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 SKT에서 번호이동으로 순감한 가입자는 2만5403명이었다. 이탈 가입자는 다른 이동통신사와 알뜰폰으로 빠져나갔다. 이날 KT 가입자는 1만6570명이, LG유플러스는 8833명이 순증했다. 가입자 이탈 방지를 위해 지출할 마케팅 비용까지 고려하면 지출 비용은 더 커질 전망이다. 

증권가는 SKT의 연간 실적 전망치를 내려 잡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SKT의 올해 영업이익을 1조9880억원에서 1조9180억원으로 4%(800억원)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영업이익(1조8230억원)보다 크지만 KT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2조4660억원)을 5000억원 이상 밑도는 규모다. 

김정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보 유출은 잠재적인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고 번호이동 확대와 마케팅 비용 증가 가능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 변동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며 “통신업종 내 선호도는 KT, LG유플러스, SKT를 유지한다. SKT는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고 추후 과징금 부과와 소비자 소송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일회성 비용을 부담하는 수준에서 사태가 진정된다면 주가는 시차를 두고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유심 교체만을 가정했을 때 재무 부담은 유심 1개당 원가 약 4000원에서 가입자 2500만명 등을 곱해 1000억~2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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