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Play to Earn) 열풍이 다시 불 것인지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업계 1위인 넥슨이 첫 블록체인 게임 출시를 예고하면서다. 업계는 넥슨의 이번 시도가 글로벌 게임 시장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지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메이플스토리 N 홈페이지 화면 캡처
/메이플스토리 N 홈페이지 화면 캡처

12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블록체인 자회사 넥스페이스가 블록체인 기술을 입힌 ‘메이플스토리 N’을 5월 15일 출시한다.  넥슨이 블록체인 게임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넥슨은 원활한 구동을 위해 작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테스트를 진행해 검증했으며, 아발란체 기반의 자체 서브넷 헤네시스 L1도 구축했다.

메이플스토리 N은 2022년 넥슨이 블록체인 사업 전담 조직을 꾸린 후 3년 만에 내놓는 결과물이다. 개발 인력만 100여명이 투입됐다. 회사는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일컫는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통해 IP 지속성 및 확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넥슨 관계자는 “넥슨은 다년간 라이브 서비스로 경쟁력을 입증한 강력한 IP들이 많다. 그 중 메이플스토리 N은 IP 확장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의 첫 시작점”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더 넓은 유저층을 확보하는 등 IP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메이플스토리 N은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시샵이 없다. NESO와 NXPC라는 토큰이 활용된다. NESO는 게임 내에서 활용되는 토큰이다. NXPC는 게임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토큰이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게임 내 재화를 가상자산으로 환전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NXPC의 발행량을 총 10억개로 제한해 희소성을 보존하도록 했다. 이 중 8억개를 커뮤니티 기여 보상으로 활용해 생태계 육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넥슨표 블록체인의 게임의 특징은 NFT를 꼽을 수 있다. 메이플스토리 아이템은 NFT로 제작되어 이용자는 획득한 아이템에 대해 실질적인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 나아가 기축 토큰인 NXPC와 교환으로 넥슨 다양한 앱과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활용될 수 있다. 기존 아이템이 게임 내에서만 활용됐다면 그 범위를 크게 확장한 것이다. 

메이플스토리 N을 시작으로 유저 생태계 확장도 본격화한다. 향후 모바일 버전인 '메이플스토리 N 모바일', 이용자 생성 콘텐츠(UGC)가 담긴 샌드박스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N 월드', 개방형 API로 자유도를 부여한 개발자 도구 세트 '메이플스토리 N SDK'를 선보일 예정이다.

블록체인 게임 초기 단계... 게임성 고민 필요

국내 P2E의 태동기는 2021년이다. 선발주자인 위메이드가 미르4 글로벌 버전을 통해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자,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새로운 기류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 후발주자로 컴투스, 넷마블, 네오위즈 등 국내 게임사들은 자체 토큰을 앞세워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며 변화를 모색했다.  

P2E와 비슷한 용어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P&E(Play and Earn), P2O(Play to Own) 국내 게임사들은 시장의 패러다임을 이끌기 위해 저마다 새로운 용어들을 만들어 냈다.

P2E의 가치는 잘 갖춰진 게임의 경제 시스템에서 창출된다. 게임사의 개입보다 유저가 주도한다는 점이 기존 게임 운영과 다른 부분이다. 게임 플레이로 축적된 재화를 현금화할 수 있으며, 유저가 게임 내외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플레이의 주된 목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탈중앙화, 투명한 스마트 컨트랙트, 기여자 참여자 보상 배분 등 3가지 원칙을 제대로만 지켜진다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게이머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라며 “게임사 입장에서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 토큰 및 NFT의 사용처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일부 유저들은 반길 만 하나 이것을 게임의 본질인 재미와 연관 지을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점이 많다. 차별화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기존 게임 내에 있는 거래소와 비교해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김정태 교수는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부분은 블록체인 게임 이전에도 나왔던 터라 전혀 새로울 게 없다”며 “게임성 측면에서만 보면 현재의 블록체인 게임들은 초기 단계로 기존의 게임에다가 메인넷을 입히는 토핑 형식이 대다수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블록체인 게임이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토큰 리스크 ‘여전’... 새 정부 공약에도 빠질 가능성 커

실제로 2022년 호황기와 달리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열풍은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게임업계의 새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수익성 부진에 사업을 접거나 축소, 재편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행법상 P2E 게임은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네오위즈는 지난달 말 자사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인텔라 X’의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인텔라X 지갑, 인텔라X NFT 마켓플레이스·런치패드, 에어드랍 프로그램이 종료된다. 플랫폼 내에 온보딩 된 네오위즈의 블록체인 게임들도 서비스를 끝내기로 했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웹3(블록체인 게임)의 토큰 거래 감소로 사업 부진이 이어진 탓에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며 “다만 가상자산 기반 예측 플랫폼인 폴리마켓과 같이 자사 토큰을 활용한 베팅 플랫폼으로 사업 방향을 틀기로 했다”고 밝혔다.   

토큰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 있다. 코인의 가격 급락으로 유저 이탈 등 게임의 수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위메이드의 발행 코인 위믹스(WEMIX) 대규모 해킹 사건으로 최근 블록체인 게임의 신뢰도 문제가 재점화되고 있다.   

김 교수는 “블록체인 게임의 국내 서비스 허용 등 제도권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그간 발행량 및 해킹 이슈로 현 정부에서도 방향을 못 잡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차기 정부에서도 당장에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P2E 게임은 코인 급등락 등 이용자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 공약에 담길 가능성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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