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양한 고객 수요에 맞춘 맞춤형 HBM4(6세대) 제품을 공급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손교민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설계팀 마스터가 13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파르나스 서울에서 열린 '인공지능반도체포럼 조찬강연회'에서 D램 솔루션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이선율 기자
손교민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설계팀 마스터가 13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파르나스 서울에서 열린 '인공지능반도체포럼 조찬강연회'에서 D램 솔루션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이선율 기자

손교민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설계팀 마스터는 13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인공지능 반도체 포럼' 조찬강연회에서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HBM4를 유연하게 설계·제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며 "실제 고객 요청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대량 양산 수요가 있어야 제품 개발이 시작됐지만, 이제는 개별 고객 맞춤형 개발이 가능해졌다"며 "이는 반도체 산업에 있어 큰 변화다"라고 강조했다. 손 마스터는 또 "고객 맞춤형 메모리 개발은 생산 시간이 늘어날 수 있지만, 시장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HBM4 로직 다이에 자사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을 적용하고, D램 다이를 적층하는 방식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선제 도입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 간 연결을 위한 범프 없이 구리로 직접 연결하는 기술로, 전력 효율과 성능을 최소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 다만 기술 난도가 높고 제조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손 마스터는 "현재 HBM4는 12단 적층이 양산되고 있고, 16단 적층도 연구 중이다"라며 "기존 공정은 중간 범프 때문에 적층에 제약이 있었고 발열 문제도 있었으나 하이브리드 본딩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AI 시대를 겨냥해 차세대 메모리 기술인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와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PIM은 메모리 내에서 연산을 동시에 수행해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이는 기술이다. CXL은 CPU, GPU, SoC 등 다양한 프로세서를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통합하는 차세대 연결 기술이다. HBM과 함께 AI 시대 핵심 반도체로 꼽힌다.

손 마스터는 "HBM은 기존 컴퓨터 구조를 유지하면서 대역폭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솔루션이다"라며 "많은 고객이 여전히 대역폭 향상을 요구하고 있어, HBM 개발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HBM의 한계를 보완할 솔루션으로 PIM과 CXL이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기술 추격과 관련해서 그는 "여전히 기술 격차는 존재하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추격 중이다"라며 "기술 리더십 유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