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유통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유통산업 규제 강화와 소상공인·가맹점주 보호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만큼 업계 전반에서는 기대와 긴장이 교차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요 성장 공약 중 하나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K푸드 수출 확대’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푸드테크 소부장 첨단 기업을 육성하고 식품융합클러스터 혁신 허브를 구축해 K푸드 수출지원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식품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살펴보면 글로벌 K푸드 열풍에 힘입어 2024년 농수산식품 수출은 전년 대비 7.6% 증가한 117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5대 유망식품’으로 맞춤형 특수식품, 기능성 식품, 간편식품, 친환경 로컬식품, 펫푸드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마이크로바이옴, 대체식품, 메디푸드, 푸드테크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법 개정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개정안에는 가맹점주에게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고 본사에 협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소상공인의 권익 신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해관계자 단체 난립과 협상 과정의 혼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실질적인 운영 방안이 마련된다면 본사와 가맹점주 간 상생 구조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 강화도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무분별한 입점을 제한하고 전통시장 반경 내 출점 규제 연장,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 지역 협력 이행을 의무화하는 등의 골목상권 보호 정책을 강조해왔다. 지역 상권과 전통시장 관계자들은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오프라인 유통업계 최대 관심사인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현행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 공약집에는 대형마트 규제 완화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 경제 노선을 택해 온 만큼 실리적 판단에 따라 규제 완화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장기간 표류해온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해당 법안은 네이버, 카카오, 쿠팡, 구글, 애플 등 국내외 빅테크 기업을 포함한 시장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에게 적용된다. 연매출 3조원 이상, 시장가치 15조원 이상, 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인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사전 지정 대상으로 신고해야 한다. 이를 통해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방지하고, 입점업체 보호와 소비자 피해 예방을 도모한다는 목적이다.
이 대통령은 프랜차이즈와 배달 플랫폼 업계를 대상으로 한 규제도 명시했다. 대선 10대 공약 중 하나로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제안하며 플랫폼 중개 수수료율의 차별을 금지하고 수수료 상한을 설정해 자영업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뒷받침할 법안도 발의했다. 이강일 의원 등은 지난 5월 수수료 상한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개정안에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수수료·광고비·배달비 등 부과금의 산정 기준과 거래 조건을 서면 제공·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입점업체 단체의 협상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과 함께 배달 수수료 문제를 논의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으로 온라인 플랫폼과 가맹점주 보호를 위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각 기업은 정부 정책의 세부 내용을 주시하며 선제적 대응 전략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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