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간 갈등이 결국 파국을 맞이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와 관련된 연방 계약의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고,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프리 앱스타인(미성년자 성추행) 연루 의혹을 제시했다. 두 사람의 갈등 속에 테슬라 주가는 14% 폭락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뉴스1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뉴스1

5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Big Beautiful Bill)’으로 알려진 감세 법안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면서 두 사람간의 관계가 삐걱대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테슬라의 전기차 보조금 혜택 폐지를 꺼내들었고, 머스크는 법안 속의 특혜 예산을 비판하며 반발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은 감세 연장과 국방 예산 증액, 복지예산 삭감 등을 포함한 공화당의 정책 패키지로, 현재 상원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의회예산국(CBO) 분석으로 향후 10년간 2조4000억달러(약 3258조원)의 국가 부채를 초래할 것으로 추산돼, 트럼프의 기준 ‘부채 줄이기’ 기조에도 상충되는 방향성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 CEO와의 관계 약화에 머스크와 맺은 계약의 취소를 고려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머스크와 맺은 계약만 파기해도 엄청난 빚을 줄일 수 있다”고 적었다. 지금까지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일론 머스크와 관련된 기업들은 지난해에만 17개 연방 기관으로부터 약 30억달러(약 4조725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앱스타인 문서’에 있으며, 이것이 전체 문서가 공개되지 않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앱스타인 문서’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제프리 앱스틴이 저지른 미성년자 성범죄 사건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일부 자료를 ‘1단계 공개’로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바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대선에서 2억5000만달러(약 3400억원) 이상을 기부해 최대 후원자로 꼽히기도 했으며, 최근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에도 자문역으로 참여한 바 있다. 불과 지난 주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머스크에게 백악관 문양이 새겨진 ‘황금 열쇠’를 수여할 정도였다. 

한편,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간 갈등의 영향으로 테슬라의 주가는 14% 가까이 급락했다. 테슬라의 급락은 미-중 무역 갈등 속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대화에 나서면서 기대감에 상승하던 미국 증시 지수 전반을 끌어내리기도 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갈등 속 트럼프미디어앤테크놀로지의 주가도 8% 내려갔고, 팔란티어의 주가 또한 8% 떨어지면서 영향을 받았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