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안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조만간 시작되는 가운데 마일리지 통합 비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탑승 마일리지, 제휴 마일리지별로 통합 비율이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 공정위 심사 외에도 마일리지 이용자를 설득할 만한 통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과거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제도를 개편하면서 소비자들의 반발이 일었던 만큼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대한항공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공정위의 마일리지 통합안 제출 시안인 오는 12일까지 마일리지 통합 비율 등을 담은 통합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공정위 제출 시한은 대한항공이 2024년 12월 12일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6개월 이내 통합안 제출해야 하는 데 따라 정해진 기간이다.

항공기 탑승 마일리지와 제휴 카드사, 호텔, 렌터카, 쇼핑몰 이용 등으로 적립한 마일리지인 제휴 마일리지로 나뉜다.

탑승 마일리지의 1대 1 비율 통합은 마일리지 적립이 비슷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탑승 마일리지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정한 도시 간 비행거리를 기준으로 적립된다. 항공사별 이동거리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아 적립 마일리지가 비슷하다.

2011년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콘티넨탈항공 합병, 2024년 에어프랑스-네덜란드 KLM 합병 당시에도 탑승 마일리지는 1대 1 비율로 통합됐다.

제휴 마일리지의 경우 항공사별로 시장 가치가 다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제휴 마일리지 가치 비율은 1대 0.7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한항공의 제휴 마일리지는 1마일당 15원, 아시아나항공은 1마일당 11~12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카드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대한항공 마일리지는 1500원당 1마일을,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을 적립해 왔다.

제휴 마일리지를 어떠한 방향으로 통합하든 소비자들의 불만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1대 1로 비율로 할 경우 대한항공 이용자들은 역차별을 주장할 수 있다. 1대 0.7 비율로 산정되면 아시아나항공 이용자들의 불만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동거리로 산정하는 탑승 마일리지를 1대 1로 하더라도 제휴 마일리지의 경우 마일리지 적립을 위해 소비한 금액이 다르다 보니 마일리지 전환 비율에 따라 ‘내가 이걸 적립하기 위해 쓴 비용이 다른데 어떻게 이렇게 통합할 수 있느냐’고 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소비자 불만이 제기될 만한 마일리지 통합안을 내놓을 경우 난관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과거 마일리지 개편을 시행하려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2019년 12월 스카이패스 제도 개편안을 내놨지만 소비자 불만이 제기됐다. 대한항공은 당시 개편안을 통해  보너스 항공권을 구입하기 위한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 개편안으로 인천-미국 뉴욕 노선의 일반석 보너스 항공권은 편도 기준으로 3만5000마일리지에서 4만5000마일리지로 오르게 됐다.

또 일등석, 프레스티지석의 적립률을 높이고 일반석의 마일리지 적립을 감소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일부 일반석의 마일리지 적립은 기존 100%에서 75%로 내려갔으며 단체 항공권 마일리지 적립률도 낮췄다.

이에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면서 공정위 신고가 이어졌다. 이에 공정위가 개편된 마일리지 약관의 공정성을 들여다 보기도 했다. 이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2021년 4월 시행 예정이던 마일리지 개편안을 2년 뒤인 2023년 4월로 미뤘다. 하지만 시행 시기가 다가오자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을 공개 비판하는 등 논란이 커졌다. 이에 대한항공은 결국 마일리지 개편안을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러한 실패 사례를 고려하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공정위가 이번 마일리지 통합안에 대해 더욱 엄격히 들여다 볼 가능성도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여론, 정치권 등 목소리가 고려될 것이란 전망이다.

공정위는 2022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과 함께 각사 마일리지 제도를 합병 이전인 2019년 말 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선 안 된다는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대한항공 측은 마일리지 통합안에 대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세부 내용을 확인해 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