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코리아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로열티 투명성 관련 행사를 열고, 자사 플랫폼이 K팝 생태계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티파이는 그 성과로 2018년 대비 한국어 곡의 저작권료 수익이 3배쯤 증가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업계는 이런 성과는 스포티파이가 주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음악 저작권료는 정해진 징수 규정에 따라 지급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K팝의 글로벌 인기가 증가하면서 스포티파이 내 저작권료 지급량이 자연스레 늘어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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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인기 편승한 글로벌 1위 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는 19일 서울 강남구 모나코스페이스에서 ‘스포티파이 사운드체크’를 열고 자사가 K팝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국 음악 생태계를 전방위로 확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음악 생태계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는지를 알리고자 다양한 데이터를 공개했다.

문제는 스포티파이가 공개한 데이터 중 스포티파이가 직접 기여한 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우선 스포티파이는 국내 아티스트에게 지급된 저작권료가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박정주 스포티파이 코리아 뮤직팀 총괄은 간담회에서 “2024년 스포티파이가 한국 아티스트에게 지급한 로열티(저작권료)는 전년 대비 12% 증가했고 2019년 대비로는 3배 이상 증가했다”며 “2024년 한 해 동안 한국 아티스트 곡이 새로운 청취자를 통해 재생된 숫자는 20억회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에서 한국 아티스트에게 지급한 로열티가 증가한 건 스포티파이의 매출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팝 저작권료는 음악 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에 따라 매출의 정해진 비율을 저작권자에게 지급하도록 정해져 있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경우 유료 요금제를 사용한다면 보통 매출의 65%를 저작권료로 지급한다. 스포티파이가 광고를 청취하면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광고형 요금제’를 서비스하더라도 저작권료는 지급해야 한다. 이용자 수가 증가하면 저작권료 지급규모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10월 광고형 요금제를 출시한 이후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규모가 3위까지 올랐다. 와이즈앱·리테일 조사 결과 스포티파이 MAU는 지난해 5월 149만명에서 광고형 요금제를 출시한 지난해 10월 258만명까지 올랐다. 올해 5월 MAU는 359만명이다. 이는 1위 유튜브 뮤직 982만명, 2위 멜론 654만명에 이은 기록이다.

2025년 5월 기준 한국인 안드로이드, iOS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앱 사용자 추정지. / 와이즈앱·리테일
2025년 5월 기준 한국인 안드로이드, iOS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앱 사용자 추정지. / 와이즈앱·리테일

생태계 기여 자랑은 생색내기

스포티파이는 또 K팝을 비롯해 인디음악, 힙합 등 다양한 장르에 여러 지원을 해왔다고 밝혔다. 중요한 점은 스포티파이가 지원하는 여러 활동은 모두 스포티파이의 가입자와 트래픽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스포티파이의 대표 협업 사례를 보면 K팝 아티스트를 스포티파이가 돕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의 인기에 스포티파이가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스포티파이가 K팝 생태계 확장을 위해 K팝 아티스트와 협업한 프로모션 사례는 세븐틴, 엔하이픈 등 하이브 소속 대형 아티스트들이다. 스포티파이는 세븐틴과 함께 ‘캐럿스테이션’이라는 팝업 스토어를 열어 세븐틴 팬덤 ‘캐럿’에 몰입형 경험을 제공했다고 설명한다. 스포티파이가 아니어도 세븐틴은 음반 판매량만으로 국내 1, 2위를 다툴 정도로 팬덤 규모가 큰 그룹이다.

또 스포티파이가 새로 선보인 K팝 퍼포먼스 영상 시리즈의 첫 번째 주자는 엔하이픈이다. 스포티파이는 K팝 퍼포먼스 영상의 의의를 기존 뮤직비디오 콘텐츠의 확장이라고 소개한다. 공식 채널이 아닌 곳에서 공개되는 퍼포면서 영상은 이미 스튜디오춤(STUDIO CHOOM)과 네이버 엔팝(NPOP) 등이 제작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해 정체된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홀로 성장했다는 점을 드러내지 않고 한국 음악 생태계에 기여했다는 점만 강조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 스포티파이처럼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보는 점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스포티파이는 글로벌 1위 사업자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광고형 요금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광고형 요금제는 이용자로부터 구독료를 받지 않는 대신 광고 수익을 내면서 저작권료는 지급해야 한다. 국내 플랫폼은 이미 유튜브 프리미엄에 포함된 유튜브 뮤직에 이용자를 대거 빼앗긴 상태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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