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신규 요금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출시를 검토하면서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유튜브 뮤직·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플랫폼을 상대로 멜론 등 토종 플랫폼이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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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글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심의를 받는 대상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소비자 피해구제 등 자진 시정 방안을 제시하면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2월부터 구글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구글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은 구글이 한국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겼다.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는 미국·독일·태국 등에서 서비스되는 요금제로 유튜브 뮤직 이용권 없이 유튜브 광고만 제거한다. 한국에서는 두 상품을 결합한 구독 상품만 판매돼 논란이 일었다. 

토종 플랫폼 MAU 줄줄이 하락

업계는 유튜브 뮤직이 우리나라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유튜브 광고만 제거할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멜론·지니뮤직·벅스·플로·바이브(VIBE) 등 국내 음원 플랫폼이 유튜브 뮤직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앞서지 못한 이유는 ‘끼워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유튜브 뮤직은 국내 점유율 1위였던 멜론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최근 1년간 MAU가 증가한 플랫폼은 유튜브 뮤직과 스포티파이뿐이다. 올해 3월 기준 유튜브 뮤직 MAU는 739만8801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78% 증가했다.

스포티파이 MAU는 같은 기간 96.31% 증가한 141만1267명이다. 한국 플랫폼 5곳은 모두 MAU가 하락했다. 스포티파이 MAU 증가는 지난해 10월 스포티파이가 광고를 보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광고 요금제를 출시한 효과로 분석된다. 네이버 바이브와 NHN 벅스하고 비슷했던 스포티파이 MAU가 10월부터 증가했기 때문이다.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별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 IT조선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별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 IT조선

글로벌 플랫폼에 가격 경쟁력 밀렸나

우리나라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은 현재 가격 경쟁력 면에서 유튜브 뮤직과 스포티파이를 앞서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 뮤직은 월 1만4900원(미국 현지 서비스 비용 14달러)를 내면 유튜브 광고 제거 기능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유튜브 뮤직만 이용하면 월 1만1990원이다.

온라인 스트리밍만 할 경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멜론 등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은 월 7900원쯤이다. 유튜브 뮤직보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셈이다. 또 유튜브 광고 제거 기능만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가 해외처럼 8달러(약 1만1400원)로 나온다면 유튜브 뮤직을 사용하지 않는 이는 월 4000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경쟁력 면에서도 유튜브 뮤직은 한국 플랫폼에 뒤처진다. 유튜브 뮤직은 등록된 노래의 가사가 늦게 게재되는 등 사용자 경험(UX) 면에서 다른 플랫폼 대비 불편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럼에도 멜론을 제치고 국내 점유율 1위가 된 건 ‘유튜브 광고 제거’라는 미끼 덕분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이용자는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 하나로 유튜브 광고를 제거하면서 덤으로 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며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가 나오면 유튜브 뮤직과 플랫폼 본연 경쟁력으로 승부할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25년 3월 기준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별 시장 점유율. / IT조선
2025년 3월 기준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별 시장 점유율. / IT조선

유튜브 뮤직 콩고물 받는 것도 경쟁력

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를 출시하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유튜브 뮤직에 적응한 사람이라면 다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어서다. 유튜브 뮤직과 다른 음원 플랫폼을 동시에 구독하는 이들이 아니면 유튜브 프리미엄을 유지하는 게 편하다는 이유다.

또 유튜브 뮤직은 음원 스트리밍 외에도 유튜브에 게재된 각종 커버곡 영상, 라이브 영상 등을 제공한다. 스포티파이는 광고 기반 무료 요금제 덕에 다른 플랫폼 대비 가격 경쟁력이 앞선다.

업계는 유튜브 뮤직을 이탈하는 인원이 어떤 플랫폼을 선택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유튜브 뮤직은 모바일인덱스 집계 결과 올해 3월 기준 점유율 34.4%로 1위다. 2위는 멜론(32%)이다. 이어 지니뮤직(13%), 플로(9.8%), 스포티파이(6.6%), 바이브(2.6%), 벅스(1.6%) 순이다.

한국 플랫폼은 이런 면에서 뚜렷한 차별화 전략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다. 업계 우려도 이 점이다. 만약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가 출시된 이후에도 유튜브 뮤직 MAU가 유지된다면 우리나라 음원 플랫폼이 실질적 경쟁력을 상실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음악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음원 스트리밍 시장이 기본적으로 창작자를 우대하게 되어 있어서 온갖 프로모션으로 이용자를 유인할 자금력을 보유한 유튜브 뮤직과 스포티파이가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앞설 가능성이 크다”며 “여러 플랫폼이 똑같은 하나의 콘텐츠를 서비스해 ‘킬러 콘텐츠’가 딱히 없는 음악 분야는 플랫폼별 경쟁력을 특화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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