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사 스마트 TV를 중심으로 새로운 게임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낸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기업과 손잡고 TV를 단순 영상기기를 넘어 게임 콘텐츠 허브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TV 제조사가 앞다퉈 게임 플랫폼 역량을 키우는 배경에는 ‘콘솔 없는 게임’이라는 시장 변화가 있다. 구독 기반 클라우드 게임이 보편화되며 TV가 게임기 대체 디바이스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게임 생태계 구축 노력은 글로벌 게임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TV 제조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 게이밍 허브를 통해 세계적 인기 축구 게임 'EA FC 25'를 즐길 수 있다. / 삼성전자
삼성 게이밍 허브를 통해 세계적 인기 축구 게임 'EA FC 25'를 즐길 수 있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세계적 인기 스포츠 게임 ‘EA FC 25(이하 FC 25)’를 자사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삼성 게이밍 허브(Samsung Gaming Hub)’를 통해 제공한다고 20일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Xbox) 및 일렉트로닉아츠(EA)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삼성 게이밍 허브는 2022년부터 삼성 TV와 스마트모니터에 탑재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다. 콘솔 없이도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통해 다양한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 FC 25 역시 여기에 포함돼, 사용자는 손쉽게 최신 축구 게임을 경험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MS뿐 아니라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GeForce NOW)’, 아마존의 ‘루나(Luna)’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 TV 업계 최초로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탑재해 클라우드 기반 게임 생태계를 확장해왔다.

이헌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TV와 모니터에서도 FC 25 같은 대작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며 “세계 축구 팬들이 오프라인의 열기를 언제든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LG webOS에 엑스박스 앱을 포함해 다양한 게임 앱이 탑재된 모습 / LG전자
LG webOS에 엑스박스 앱을 포함해 다양한 게임 앱이 탑재된 모습 / LG전자

LG전자도 자체 플랫폼 웹(web)OS를 기반으로 게임 콘텐츠 확대에 나섰다. 올해 1월 MS와의 협약을 통해 ‘엑스박스 게임패스 얼티밋’을 웹OS에 도입하면서 최신 LG전자 스마트TV에서 클라우드 게임 스트리밍이 가능해졌다.

이에 RPG ‘어바우드(Avowed)’, ‘호그와트 레거시(Hogwarts Legacy)’ 등 게임이 TV 대화면에서 구현돼 콘솔 없이도 다양한 게임 경험이 가능해졌다. LG전자는 현재 웹OS 플랫폼에서 약 4000종의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1분기 웹OS 내 ‘게이밍 포털(Gaming Portal)’을 출시했다. 이 포털은 ▲최근 플레이한 게임 ▲톱10 인기 게임 ▲추천 타이틀 등을 직관적으로 제공하며 사용자의 게임 선택을 돕는다. ‘게임 대시보드’ 기능을 통해 장르별로 프레임, 그래픽, 저지연 모드 등을 자동 최적화하는 기능도 갖췄다.

하드웨어 성능도 강화됐다. 2025년형 LG OLED TV 전 모델은 지싱크(G-SYNC Compatible)와 프리싱크 프리미엄(FreeSync Premium)을 지원한다. 초저지연 블루투스(BT ULL)를 적용해 반응 속도가 중요한 대전 게임에서도 빠르고 안정적인 컨트롤을 제공한다.

엑스박스는 웹OS 24 이상을 탑재한 2022년형 OLED TV, 일부 2023년형 모델, 향후 출시 제품에서도 Xbox 앱을 지원 중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