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며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 가입심사부터 보험금 지급, 상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AI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고객 편의성과 업무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NH농협손해보험, 흥국생명, KB라이프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이 다양한 업무에 AI 기술을 본격 도입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내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2022년 14억달러에서 2032년 274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AI 활용이 보험업계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최근 자체 개발한 'AI 기반 인수심사 시스템'을 청약 프로세스에 도입했다. 수년간 축적된 청약 및 사고 데이터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학습시켜, 계약 특성을 자동 분석하고 인수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반복 업무는 자동화하고, 정밀 심사가 필요한 계약은 세밀하게 검토하는 이원적 구조로 설계됐다. 이 시스템은 기술 독창성과 실용성을 인정받아 특허청에 정식 출원됐으며, 고객 편의성과 인수 심사 품질을 동시에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화재는 AI 기반 장기보험 심사 시스템 '장기U'를 통해 언더라이팅(보험계약 심사) 자동화를 실현하고 있다. 고객이 고지한 병력과 보험금 청구 이력을 AI가 스스로 분석해 인수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필요한 경우 담보 조정이나 조건부 가입도 자동으로 제안한다. 2021년 출시 이후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적용 상품을 확대했으며, 현재 심사 승인율은 90%에 달한다.
현대해상은 AI 자동심사 프로세스 '2Q-PASS'를 도입했다. 실손보험을 일정 기간 유지한 고객 중 병력이 적은 이들을 선별해, 두 가지 알릴의무만 고지하면 즉시 계약이 체결되는 구조다. 별도 심사자 개입 없이도 가입이 가능해 신속성과 편의성을 개선했다.
DB손해보험은 차량 사고 시 블랙박스 영상을 AI가 분석해 과실비율을 자동 산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사고 영상을 기반으로 한 정밀 판정 기술은 향후 손해사정 실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험금 지급 과정에도 AI 기술이 본격 활용되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은 '디지털 보험금 청구 서비스' 적용 대상을 전 상품으로 확대하고, AI 기반 보험금 자동심사 시스템과 연계해 간단한 청구는 실시간 지급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보험금 지급 소요 기간은 기존 1.1일에서 2027년까지 0.7일로 단축될 예정이다.
KB라이프생명도 보험금 디지털 청구 서비스를 사망·재해 담보까지 넓히고, 디지털 채널을 통한 사망 보험금 청구 한도를 업계 최고 수준인 1억원으로 확대했다. 청구 시 서류 보완도 비대면으로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지급 소요 기간을 2027년까지 평균 0.3일로 줄일 방침이다.
KB라이프는 이와 함께 AI 통계 기반의 사전심사 시스템 'K-Manager'를 도입해 고객이 청약 전 실시간으로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으며, 향후 광학문자인식(OCR) 기술 기반의 보험금 원스톱 지급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을 도입하면 단순 자동화를 넘어, 고객에게 빠르고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며 "앞으로는 초개인화된 보험 시대를 대비한 데이터 기반 심사와 설계 역량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 “AI기반 비대면 자산관리, 고객맞춤 솔루션 무한 확장” [금융 AI혁신 ⑤]
- 변방에서 중심으로…투자 판 바꾸는 디지털자산 [금융 AI혁신 ④]
- 은행원 비서로 자리잡는 AI… 업무 프로세스 바꾼다 [금융 AI혁신 ①]
- AI에이전트 시대, 챗GPT 접목 금융 서비스 속속 등장 [금융 AI혁신 ②]
- '사람보다 낫네'… 퇴직연금 굴려보니 수익률 20% 넘어 [금융 AI혁신 ③]
-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 "AI로 보험시장 발전, GA와 동반성장 모색"
- 연초 산불에 폭염·폭우까지… NH농협손보, 손해율 관리 비상
- 현대해상, 상반기 순익 5045억 전년比 30% 줄어… 대형사고 '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