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김수한씨는 최근 만기가 된 적금을 다시 굴리기 위해 새로운 상품을 알아보려 했지만, 모바일 뱅킹 만으로는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은행에 가자니 바쁜 업무 탓에 평일에는 들를 시간이 없었다. 고민하던 차에 신한은행 ‘AI브랜치’를 통해 주말에도 상품 추천부터 가입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말 오후, AI브랜치에 방문한 김씨는 자신의 금융 성향에 맞는 재테크 상품을 추천받고 가입까지 완료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이 인공지능(AI) 활용 범위를 내부 업무에서 대고객 접점으로 넓히고 있다. 이상거래 탐지(FDS), 문서 자동화 등 내부 업무에 주로 활용됐던 AI를 최근 상담과 대출, 자산관리 등 소비자 대상 서비스에도 도입하고 있다.
챗봇에 기반한 음성상담은 물론, 맞춤형 자산관리 추천, 여기에 대출 심사까지 알아서 척척이다.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이에 기반한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중은행, 대고객 서비스에 생성형AI 접목
시중은행이 대고객 업무에 생성형 AI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고객상담업무 관련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받기도 했다.
그간 생성형 AI는 정보보안 등의 이유로 고객업무 적용에 제한이 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생성형 AI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종의 오류인 '할루시네이션' 우려 때문이다.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은 인공지능 언어 모델이 그럴싸한 거짓 정보를 답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생성형 AI 기술 적용 서비스는 대부분 내부 업무생산성 향상에 국한됐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의 제도개선과 맞물려 금융사들이 자체 생성형 AI 모델을 구축하면서 활용도가 넓어지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금융권 최초로 서울 중구 서소문지점에 'AI 은행원'을 도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금융지식 Q&A 서비스'를 최초로 내놨다. 영업점 창구 고객 응대시 상품, 규정 등 신속 검색을 통해 응대 속도를 높이는 AI협업툴인 '코텔러(CoTeller)'도 준비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생성형AI 금융상담 에이전트(Agent)'를 이용해 개인과 기업 고객에게 비대면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서비스를 오픈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KB스타뱅킹 앱을 통해 보다 손쉽게 원하는 서비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출시 목표로 '마이데이터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기존 외부 솔루션으로 운영되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자체 개발해 개인 자산화 서비스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또 생성형 AI 기반해 상담서비스를 예적금,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로 확대하고 'AI청약상담원' 등도 계획중이다.
하나은행은 향상된 '자연어 처리기술(NLP)' 엔진을 적용한 '기업 하이챗봇'에 생성형 AI를 결합, 하이브리드형 챗봇을 개발 중에 있다. 정책금융 상품 지식 상담 서비스, 대출 계약서 체크리스트 생성 서비스를 도입해 역량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NH농협은행은 AI 기반 대출 사전심사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NH금융 AI 서비스를 통해 고객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외국인 통번역 서비스와 고령층 맞춤 AI 상담사 서비스 등도 준비 중이다.
2금융권·인뱅도 AI 대고객 서비스 확산
인터넷전문은행들도 AI를 기반 고객 맞춤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물리적 창구가 없기 때문에 AI가 핵심 경쟁력이라 보기 때문이다. 향후 생성형 AI 기반 자율금융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카카오뱅크는 이용 중 발생하는 궁금한 점을 편리하게 물어보고 답을 얻을 수 있도록 'AI 검색'을 시작으로, 금융상품 관련 이자환율 등을 계산해주는 '대화형 AI 금융계산기'도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오픈 AI의 챗GPT 모델을 활용해 자연어 기반 금융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토스뱅크는 AI를 활용한 '나만의 지폐 만들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하는 사진을 선택해 지폐를 생성한 뒤 가족 및 지인 등지에게 선물하는 기능이다. 각종 영역에서 생성형 AI를 도입하면서 대고객 서비스 분야를 넓히고 있다.
비은행권에서도 AI 활용이 본격화하고 있다. 카드사는 소비 패턴 및 상담 내용을 분석해 맞춤형 혜택 제공 등에 AI를 활용 중이다. 보험사도 보험금 청구 자동 심사, AI 언더라이팅, 고객 상담 챗봇 등에서 AI를 적용 중이다.
신한카드는 고객 응대 전 과정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새 시스템 '아이쏠라'를 적용했다. 내부 상담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KB국민카드 '모두의 카드생활 메이트'는 지난해말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대화 내용을 기반으로 요구사항을 파악해 다양한 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다.
교보생명도 자체 개발한 '보장 분석 AI 서포터'가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을 받았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상담 시간을 단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보장 내용을 제안한다.
교보라이프플래닛도 올해 '생성형 AI 기반 채팅 상담 세일즈 플랫폼'을 개발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생성형 AI 기반 채팅 상담 세일즈 플랫폼'은 상담 내용, 보장 진단 결과 등을 분석해 고객 상담에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상담원에게 제공한다. 설계사가 자칫 놓칠 수 있는 부분도 분석해줘 소비자가 합리적인 보험료로 보험 가입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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