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금융과 AI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콜센터 고객 응대 수준에서 시작됐던 금융사의 AI 활용은 속도전과 같은 생성형AI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이제는 금융업무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IT조선은 6월 '디지털금융포럼 2025'를 앞두고 '디지털전환'과 동의어가 된 금융의 AI혁신 과정을 점검해 봤다. [편집자주]

#A은행 청담PB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은행 과장(가명)은 매일 아침 AI 에이전트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과 함께 ‘시장 브리핑’을 통해 밤사이 글로벌 증시 흐름과 주요 경제 지표, 통화정책 관련 뉴스 등을 확인한다. VIP 고객 미팅 준비에도 AI에이전트가 초안을 잡아준다. 개별 고객의 투자 성향에 맞춰 추천 상품과 금융 트랜드를 반영한 제안서 초안을 작성해준다. AI 덕분에 고객 질문에도 정확하고 빠르게 답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IRP(개인형 퇴직연금)를 연금저축과 병행해 운용하고 싶다'는 고객이 있어 AI 에이전트를 통해 관련 규제와 주의사항을 정리해 답할 수 있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에 기반한 AI에이전트가 은행원들의 일과 속에 깊숙이 들어왔다. AI에이전트는 특정 목표를 가지고,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단순한 응답기계가 아닌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주체다. AI에이전트의 일상화는 은행원 대체가 아닌 은행원들의 업무를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만들어주는 ‘비서’로 자리잡았다.  

주요 은행들은 AI기술을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보고서 작성과 같은 기본 업무에서부터 고객 응대, 투자 자문까지 업무 대부분의 영역에 AI 기술이 파고 드는 모습이다.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넘어, 이제는 AI가 고객 질문에 응답하고 투자 포트폴리오 추천까지 제공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똑똑한 비서 'AI에이전트'… 고객 요구사항 알아서 척척 

KB금융은 최근 그룹 계열사 8개가 참여한 그룹 공동 AI 플랫폼인 ‘KB GenAI 포털’을 열고 그룹 내 모든 계열사 직원이 AI를 직접 활용하고 에이전트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이 플랫폼은 누구나 초급(No-Code)부터 고급(Pro Developers) 수준까지 맞춤형 개발환경을 활용해 금융상담, 자산관리, 보험추천 등 다양한 업무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

KB금융은 이를 통해 최신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생성형 AI를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활용하기 위해서다. 향후 3년 내 주요 금융 업무 영역에 90여개 에이전트를 도입해 AI 전략을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하는 등 그룹 전반의 AI 기술력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고객 상담과 직원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권 최초로 외부 생성형 AI인 GPT 모델을 활용, ‘생성형 AI 금융지식 Q&A 서비스’를 도입했다. 약 10만건의 업무지식을 GPT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정비하고 자동 업데이트 시스템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직원들은 상품·규정·금융정보를 신속히 확인, 보다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하나은행은 수출입 자동화를 위한 ‘비대면 AI 수출환어음매입 심사’에 AI를 심었다. 이 서비스는 하나은행의 ‘AI 수출입 자동화 사업’의 일환으로, 외부 솔루션에 의존하지 않고 하나금융그룹의 자체 연구 역량과 독자 기술력으로 개발한 솔루션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5월엔 대직원 AI업무비서인 ‘지식 챗봇’에 생성형 AI 기술인 H-GPT를 적용했다. 기존 당행 내부규정과 업무노하우 등 직원 편의기능을 제공하던 것에서 PDF 등 문서요약, 맞춤형 이미지 생성, 보고서 작성, 코드생성, 번역 및 첨삭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우리은행은 바젤Ⅲ(글로벌 자본비율 감독기준)에서 중요 사항으로 분류되는 운영리스크 관리를 위해 생성형 AI 기반 상담 시스템 ‘운영GPT’를 도입했다. 운영리스크 관련 매뉴얼과 Q&A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직원들이 자가진단(RCSA), 주요리스크지표(KRI), 손실사건 정의, 전산 등록 방법, KPI 평가 기준 등 다양한 정보를 쉽게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권은 이 같은 변화를 단기적 혁신이 아닌, 장기적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직원의 역량을 보완하는 ‘협업 파트너’로서 자리잡도록 하는 과정이다. 각 은행은 AI 기술이 조직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AI 거버넌스를 마련해 체계적인 기술 내재화에 집중하는 한편, 고객의 경험을 AI로 혁신하려는 시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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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권에서 생성형 AI는 보고서 작성과 투자 제안 등 고차원 업무에도 활용되며, 거래소와 자산운용사 등은 AI를 통한 이상 거래 탐지, 자산관리 자동화에도 주력하고 있다”면서도 “AI의 확산은 잘못된 정보 제공, 편향, 사이버보안 위협, 제3자 의존 리스크 등 새로운 위험을 동반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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