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PC 시장의 중심은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 PC’다. 노트북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화면’을 기본 구성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화면의 크기와 품질은 이동성과 사용 편의성을 좌우한다. 화면이 클수록 작업은 수월하지만 휴대성은 떨어지고, 작을수록 휴대는 간편하지만 장시간 사용에는 불편함이 따른다.

정보 밀도를 조절해 어느 정도 타협할 수는 있지만, 물리적으로 작은 화면은 표시할 수 있는 정보량에 한계가 있다. 반면, 더 많은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큰 화면은 여러 자료를 동시에 참고해야 하는 작업에서 업무 효율을 크게 높여준다.

이러한 ‘큰 화면’은 데스크톱뿐 아니라 노트북에서도 외부 모니터를 연결해 구현할 수 있다. 성능 측면에서도 노트북은 외부 모니터를 원활히 지원할 만큼 발전했지만, 문제는 모니터의 휴대성이다. 일반적인 대형 모니터는 이동을 전제로 하지 않기에 들고 다니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이 같은 한계에 대한 고민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고, 최근에는 다양한 현실적인 해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노트북용 패널을 활용한 ‘휴대용 모니터’는 얇고 가벼워 쉽게 들고 다닐 수 있으며,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화면을 확장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기술도 상용화됐다. 아울러 화면 구성 자체를 바꾼 새로운 형태의 노트북도 등장하면서, 노트북의 공간 제약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레노버 씽크북 플러스 6세대 롤러블 노트북 PC / 레노버
레노버 씽크북 플러스 6세대 롤러블 노트북 PC / 레노버

노트북에 화면만 하나 더, 휴대용 모니터

요즘은 제법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휴대용 모니터’는 노트북 사용자들의 이러한 고민에 대한 가장 정석적인 ‘정답’이다. 흡사 일반적인 노트북 PC에서 화면부만 떼서 만든 것 같은 휴대용 모니터는 실제로도 노트북 PC에 사용되는 패널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적으로 휴대용 모니터는 노트북 PC에 사용되는 적당한 크기의 디스플레이 패널과 이를 구동시키기 위한 보드의 조합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이유는 가벼워야 하고, 연결도 간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휴대용 모니터를 표준 HDMI 포트를 기반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요즘 휴대용 모니터는 USB-C 포트를 사용하는 것이 정석이다. USB-C 포트를 사용하면 노트북 PC와 연결할 때 화면 연결과 전원 공급을 케이블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 편의성이 크게 높아진다. 이미 휴대용 모니터 시장은 얼마 안되는 매니아들의 범주를 넘어서는 모습으로, HP나 레노버 등 대형 글로벌 PC 제조사들도 공식 옵션 상품으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을 정도다. LG전자 또한 그램 브랜드로 휴대용 모니터를 선보인 적이 있다.

에이수스 젠북 S 14 OLED 노트북에 HP E14 G4 휴대용 모니터를 연결한 모습 / 권용만 기자
에이수스 젠북 S 14 OLED 노트북에 HP E14 G4 휴대용 모니터를 연결한 모습 / 권용만 기자

개인적으로는 봐야 할 자료가 많은 일정에는 ‘HP E14 G4’ 휴대용 모니터를 챙기고는 한다. 이 제품은 14인치 풀HD(1920x1080) 해상도로 640g 무게와 4.75mm 두께로 노트북과 함께 들고 이동하는데 크게 부담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무실 등에 자리를 잡으면 온전한 성능의 화면 하나가 더 있다는 점이 큰 편의성으로 다가온다. 모니터의 소비전력은 대략 5W 정도로, 잘 계산하면 외부에서 노트북 배터리만으로도 함께 쓸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충분한 자리가 있고 충전까지 손쉬운 사무실이나 출장지 숙소 등에서 유용성이 높다.

이렇게 본격적인 휴대용 모니터를 사용할 때 편리한 점은 단순히 USB-C 케이블 하나만 연결해서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모니터 설정도 운영체제서 그대로 하면 되고, 움직임도 완벽히 여느 모니터와 똑같다. 이 휴대용 모니터를 쓰면서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터치스크린이 없다는 점 정도다. 한편, 휴대용 모니터로 좀 더 호사스러운 구성을 고려한다면 소형 액정 타블렛 제품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 의외로 조금만 비용을 더 들여도 터치 스크린과 제법 훌륭한 펜 드로잉 환경까지 따라온다.

태블릿 PC, 노트북 PC의 보조화면으로 변신

우리가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던 태블릿 PC를 노트북 PC의 보조 화면처럼 연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사실 태블릿 PC를 다른 PC의 보조 모니터로 연결하고자 하는 시도는 태블릿 PC 등장 직후부터 여러 가지 방법이 등장해 온 바 있다. 애플은 공식적으로 ‘사이드카’ 기능을 통해 아이패드를 맥의 확장 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연결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아직 윈도는 운영체제 차원에서 이 정도의 기능을 제공하지 않지만, 여러 가지 서드파티 앱들을 통해 같은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노트북 PC와 태블릿 PC를 연결한 화면 확장 기능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PC 구입시 기본 제공되는 앱에서 이러한 기능들이 제공되는지다. 주요 PC 제조사들이 이러한 기능들을 실제 기본 앱 형태로 제공한 바 있다. HP나 델의 경우에는 인텔 이보(Evo) 인증을 받은 제품들에서 인텔 유니슨(Unison) 앱을 기반으로 화면 확장 기능을 제공했다. LG전자의 경우 ‘그램 링크’를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에이수스 또한 ‘글라이드X(GlideX)’ 앱을 통해 화면 확장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인텔은 ‘유니즌’ 앱 서비스를 6월 말로 종료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에이수스 젠북 S 14 OLED 노트북과 엑스피펜 매직 노트패드를 에이수스 글라이드X 앱으로 무선 연결했다. / 권용만 기자
에이수스 젠북 S 14 OLED 노트북과 엑스피펜 매직 노트패드를 에이수스 글라이드X 앱으로 무선 연결했다. / 권용만 기자

서드파티 앱에서는 유, 무료로 다양한 앱들이 나와 있다. 이 중 최근에 평가가 좋은 앱으로는 ‘스페이스데스크(SpaceDesk)’가 있겠다. 이 앱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 사용자에게는 별도 비용 없이도 화면 확장 정도의 기본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선 뿐만 아니라 USB 유선 연결도 기본 제공이고, PC 운영 체제나 태블릿 PC 운영 환경 모두 지원 폭이 넓다. 몇몇 앱들이 무선 연결만 무료 제공인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집 밖에 나가서 공공 와이파이 환경 등에 연결됐을 때 기능 사용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기술 조합에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엑스피펜(XPpen)의 매직 노트패드(Magic Note Pad)와 에이수스의 글라이드X, 서드파티 스페이스데스크 앱 조합을 필요에 따라 사용하고 있다. 이 중 ‘글라이드X’의 경우 USB 유선 사용시 태블릿 PC에서 USB 디버깅 모드를 켜 줘야 한다는 점이 좀 귀찮은 부분이다. 스페이스데스크의 경우 유·무선 모두 태블릿 PC에는 별다른 설정 변경이 필요 없다. 두 앱 모두 움직임 등에는 조금 아쉬움이 있지만, 보조 화면으로 쓰기에는 충분하다. 두 앱 모두 터치스크린과 펜 입력까지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제법 편리하다.

노트북 디자인 고정관념 극복, 화면 늘어나는 노트북도 있어

노트북 자체적으로도 물리적으로 더 큰 화면을 장착해 정보 표현력을 넓히려는 시도가 제법 있었다. 비단 군소 중국 업체들의 실험적인 시도 뿐만 아니라, 주요 글로벌 업체들도 몇 번 정도는 기존의 노트북 PC 화면 배치를 극복하려는 콘셉트 디자인은 물론, 실제 제품화 한 사례도 여럿 있다. 추가 화면 면적을 확보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인데, 노트북 하판 디자인을 재구성해 화면을 넣은 사례부터 아예 상, 하판에 두 개의 디스플레이를 넣은 경우도 있고, 폴더블은 물론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쓴 사례까지도 나왔다.

이러한 노트북 폼팩터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브랜드로는 레노버와 에이수스가 꼽힌다. 특히 에이수스는 ‘듀얼 디스플레이’ 탑재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에이수스는 ‘젠북 프로 듀오’ 제품군에서 키보드와 터치패드를 하판 아랫쪽으로 내리고 윗쪽 공간에 보조 디스플레이를 넣는 디자인을 선보인 바 있다. ‘젠북 듀오’ 제품군에서는 아예 상, 하판 모두에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듀얼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리뷰에서는 화면 두 개를 가장 편리하게 들고 다니면서 쓸 수 있는 제품으로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다.

에이수스 젠북 듀오 노트북 PC / 권용만 기자
에이수스 젠북 듀오 노트북 PC / 권용만 기자

화면의 휨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폴더블’ 노트북 디자인에서는 레노버가 인상에 남는다. 폴더블 디자인의 경우 레노버 뿐만 아니라 HP, 에이수스 등이 실제 제품화까지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중 레노버가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바 있다. 물론 폴더블 디자인의 경우 화면의 휨에서 오는 특유의 주름 등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용자들도 있어 호불호가 갈린다. 실험적인 디자인에서 오는 높은 가격대 때문에 많이 팔리지는 못했다. 

최근 등장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디자인은 ‘롤러블’이다. 레노버가 CES 2025서 선보인 ‘씽크북 플러스 6세대 롤러블’ 노트북 PC는 기본 14인치에서 최대 16.7인치로 늘어날 수 있는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갖춰 눈길을 끌었다. 필요에 따라 버튼을 누르거나 손동작으로 화면을 늘릴 수 있는데, 늘리고 나면 듀얼 16:9 화면이 가능한 비율의 공간이 등장한다. 이 디자인은 인텔과 레노버의 공동 엔지니어링으로 구현됐다. 인텔과 레노버는 이 제품이 콘셉트에 그치지 않고 6월 19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가격은 3499달러(약 484만원)부터 시작한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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