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이미 시대의 대세가 ‘클라우드’와 ‘스트리밍’으로 넘어갔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나만의’ 클라우드와 데이터 저장소인 ‘홈 서버’는 실용적인 가치가 있다. 관리 정책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고, 그 경험은 고스란히 개인의 자산으로 남는다. 비용 면에서도 상황에 따라 더 경제적일 수 있다.
‘홈 서버’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과 달리, 실제로는 우리 주변에서 꽤 가까운 존재다. 고가의 기업용 서버 장비가 아니어도 일반 PC 기반으로 충분히 가정용 서버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리눅스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선택지도 다양하다. 더 나아가 가상화 기술을 통해 ‘원박스 홈 데이터센터’를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뉴타닉스(Nutanix)나 프록스목스(Proxmox)처럼 개인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하이퍼컨버지드(HCI) 환경도 있다.
미니 PC부터 퇴역한 구세대 서버까지 다양한 하드웨어 선택지
집에서 혼자 혹은 가족들과 함께 쓰는 정도의 홈 서버라면 서버 하드웨어 또한 일반 PC를 사용해도 된다. 새 PC를 마련할 것 없이 기존 PC 업그레이드 후 남은 구형 부품들을 잘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단지 너무 오래된 제품들이나 너무 열악한 사양은 활용이 그리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현재 시점에서 활용할 만한 최소한의 조건은 최신 레드햇 리눅스 계열이 제시한 ‘x86-64-v3’ 요건을 만족하는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나 AMD 라이젠 시대 이후 제품이다. 단, 구형 제품은 신제품 대비 전력 효율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해야 한다.
데이터 저장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면 대용량 3.5인치 하드 드라이브를 장착할 수 있는 PC 구성이 좋겠지만 문제는 ‘공간’이다. 설치할 공간이 여의치 않다면 ‘미니 PC’도 좋은 대안이 된다. 미니PC의 경우 2.5인치 하드 디스크 1개 혹은 아예 SSD만 장착할 수 있게 돼 있어서 저장 용량에서는 조금 불리하지만, 그만큼 크기와 전력 소비량에서 유리하다. 국내외에서는 인텔의 사업부를 이어받은 에이수스의 NUC나 조텍의 ZBOX 제품군, 그리고 중국의 미니스포럼(Minisforum)이나 비링크(Beelink) 등이 주목받는다.
의외로 데이터센터에서 사용 연한을 채우고 나오는 진짜 ‘서버’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이러한 하드웨어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채널도 있다. 현재 중고를 고려할 만한 세대는 제온 E5 v4나 1~2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급 정도다. 물론 일반 PC와는 꽤 특성이 다르고, 한 대만 쓰기에는 소음이나 전력 효율 등에서도 불리한 면이 있어 익숙한 사람들만 쓰는 선택이지만, 원격 제어 등에서 확실한 장점이 있다. 이러한 제품에 처음 접근한다면 랙 서버보다는 타워형 서버나 워크스테이션 급으로 접근하는 것이 편리할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위한 서버라면 기본적으로 ‘원격 제어’를 위한 도구들이 갖춰져 있다. 흔히 ‘iKVM(IP-based Keboard, Video, Mouse)’ 라고 하는데, 전원을 켜고 끄는 것부터 원격에서 화면을 보고 기본 입출력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들이다. 하지만 일반 PC 수준에서는 이러한 기능들이 없어 돌발 상황에 불편할 때가 있다. 이런 불편함은 별도의 iKVM 디바이스를 추가해서 해결할 수 있는데, 이미 대안들이 나와 있다. ‘라즈베리 파이’를 이용한 ‘파이KVM’이나, RISC-V 기반으로 구현된 ‘나노KVM’ 등이 대표적이고, 최근에는 ‘나노KVM’ 쪽이 더 많이 선택된다. 이런 디바이스를 사용하면 설치 단계부터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를 연결할 필요도 없다.
서버용 리눅스부터 하이퍼컨버지드까지 다양한 환경 선택지
‘서버’는 컴퓨터의 형식이라기보다는 목적에 따른 구분인 만큼, 목적에 맞다면 소프트웨어 조합 또한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사실 PC에서 쓰던 윈도를 그대로 쓸 수도 있긴 하지만, ‘프로’ 버전이 아니면 윈도 내장 ‘원격 데스크톱 제어(RDP)’를 쓸 수 없어 조금 번거롭고, 여타 대안들과 비교해 익숙함 이외의 장점도 없다. 사용할 수 있는 윈도 라이선스 여분이 있는 게 아니라면 굳이 윈도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가장 보편적인 선택은 ‘리눅스’다. 꼭 서버용을 찾지 않더라도 취향에 따라 ‘우분투’나 ‘페도라’, 레드햇 기반의 ‘센트OS’나 ‘록키 리눅스’ 등 다양한 패키지 중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이 중 ‘서버’로의 활용에 추천할 만한 배포판이라면 ‘우분투’의 장기지원버전(LTS),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의 변화가 선행 적용되는 ‘센트OS 스트림’, 혹은 아예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와 동일한 패키지 구성을 갖춘 ‘록키 리눅스’ 정도가 있다. 이들 리눅스 배포판을 설치하고, 원격 제어 환경 설정과 웹 기반 제어를 위한 ‘콕핏(Cockpit)’ 패키지 정도를 설치하면 기본 구성은 갖춘 셈이다.
리눅스 배포판을 직접 설치하는 선택은 다양한 기능과 하드웨어 구성을 모두 활용하기 위한 환경에서 적합하다. 개인적으로는 단일 서버에 GPU가속과 가상화 환경, 스토리지 서버 역할을 모두 설정할 때 리눅스 배포판을 직접 설치하는 방법이 가장 무난했다. 기본적인 운영은 ‘콕핏’을 통해 쉽게 할 수 있고, 특히 시스템 커맨드라인을 직접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통한 사용과 관리가 필요할 경우에는 원격 데스크톱 제어 기능을 사용하면 되는데, 최신 배포판들은 이제 전통적인 VNC를 사용하지 않고 설정도 많이 간편해졌다.
가상화 기반 환경을 고려한다면 미리 잘 갖춰진 ‘하이퍼컨버지드’ 환경도 좋다. 리눅스 기반 환경보다 각 기능을 다루는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잘 갖춰져 있어 커맨드라인 콘솔까지 갈 일이 적은 점이 장점이지만, 복잡한 상황에서의 문제 해결이 더 까다로울 수도 있다. 한 대 정도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개인 사용자라면 프록스목스(Proxmox) 외에도 뉴타닉스(Nutanix)의 커뮤니티 에디션이나 VM웨어의 ESXi 같은 환경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조금 다른 콘셉트로는 ‘트루나스(TrueNAS)’나 OMV(openmediavault) 등 스토리지 위주 환경도 대안으로 고려할 만 하다.
비용 부담 ‘커피 두 잔’, 활용으로 완성되는 가치
이렇게 만들어 놓은 홈 서버는 정말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가장 평범하게는 여러 대의 PC간 자료를 공유하는 ‘공유 저장소’로 쓸 수 있고, 오랜 시간 진행될 다운로드를 대신하거나 클라우드와 PC들 사이에서 캐시 서버 역할로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사용성을 높이는 데 쓸 수도 있다. 가상 머신이나 컨테이너를 통해 여러 환경들을 함께 올려 활용할 수도 있고, 테스트나 개인 학습에 활용하는 것 등도 좋다. 좀 더 나아가면 몇 가지 기술을 엮어서 VDI(가상 데스크톱 인프라) 비슷하게도 만들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직접 홈 서버를 운영할 때 신경써야 될 점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홈 서버를 24시간 켜 두면 전기 요금과 소음에 대한 부담이 생긴다. 이 중 전기 요금의 경우 활용률이 낮을 때는 전력 관리 기능들을 잘 활용하는 것과 하드 디스크 수를 줄이는 것 등이 효과적이다. 최근의 프로세서들은 작업량이 적을 때는 소비전력이 수 와트(W) 정도로 낮아지고, 미니PC라면 시스템 전체 소비전력이 10W 미만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개인 가정의 전기요금은 누진제를 감안해 필수 용량 고려 이후부터 산정해야 하며, 기본적으로 쓰는 전기가 많았으면 홈 서버로 추가되는 전기 요금이 커질 것이다. 예를 들면, 시간당 평균 30W 정도를 소비하는 시스템이라면 하루 720Wh, 30일이면 21.6kWh 정도를 쓰게 된다. 한 달에 200~400kWh 사이를 쓰던 사용자라면 한 달에 약 4600원 정도, 400kWh 이상을 쓰던 사용자라면 한 달에 약 6600원 정도 전기요금이 추가될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커피 한두잔 정도로, 부담이 크다고 하기는 애매할 수준이다. 취미로는 충분히 비용을 쓸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한편, 홈 서버를 만들었다면 네트워크와 보안 설정 또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자칫 이 서버가 해킹당해서 제어권이 넘어가면 때로는 범죄에 악용되는 등으로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업데이트를 꼬박꼬박 하고, 공유 폴더 같은 경우는 내부망에서만 쓰고, 필요 없는 포트는 열지 않고, 외부에서 접근을 위해서는 VPN을 통해 들어오도록 하는 등의 기본적인 보안 대비가 필요하다. 가정용 인터넷 회선에서 웹이나 게임 서비스 호스팅 등을 시도하면 트래픽은 물론이고 서비스 약관에 위배될 수도 있다는 점도 주의할 점이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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