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테슬라가 미국에서 완전 자율주행 방식의 '로보택시' 상용화에 나선 가운데, 한국 배터리의 실질적인 수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배터리 공급망과 기술 트렌드가 이미 중국 LFP(리튬인산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로보택시 모델Y 차량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 테슬라 공식 유튜브
테슬라 로보택시 모델Y 차량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 테슬라 공식 유튜브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6월 22일부터 미국 오스틴 시내 일부 지역에서 모델Y 기반 자율주행차 10대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FSD(Full Self Driving)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로보택시로 현재는 오스틴 도심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테슬라는 향후 운행 대수를 수개월 내 1000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테슬라 로보택시 상용화가 한국 배터리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관련주가 일시 상승하기도 했다. 자율주행차의 전력 소모 특성상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NCM, NCA) 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한국 배터리 3사는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가격이 비싼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기반의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실질적 수혜 가능성을 낮게 본다.  로보택시는 도시 내 단거리 운행을 전제로 하는 서비스로, 1회 충전 주행거리보다는 충전 속도·안정성이 더 중요한데, 이러한 조건에서는 LFP 배터리가 더 적합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로보택시는 고속 장거리 주행이 아닌 도심 내 반복 운행에 최적화돼 있다"며 "빠른 충전과 화재 안정성이 중요한데 이 점에서 LFP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 테슬라는 중국 CATL, BYD를 포함해 LFP 중심의 공급망을 이미 다수 확보하고 있다. 일부 테슬라 차량에는 CATL의 LFP 배터리가 탑재돼 있으며, 테슬라는 현재 네바다주에 LFP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다.

박 교수는 “테슬라가 LFP를 내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원계 중심의 한국 배터리 업체가 납품 기회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삼원계 기술력만으로는 글로벌 모빌리티 전환 흐름에 대응하기 어려우며 공급망, 원가, 충전 속도 등 종합 경쟁력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당면 과제라는 지적이다.

박철완 교수는 “로보택시 사업은 테슬라의 새로운 수익모델 실험이지만, 전기차 판매량이 수직 상승하지 않는 이상 국내 배터리 기업의 수익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며 “LFP 분야는 이미 중국이 기술·생산 모두 앞서 있다”고 덧붙였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