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글로벌 금융사와 협업하며 글로벌 경쟁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 놓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일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캐피탈그룹(Capital Group)과 국내 금융상품 공급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캐피탈그룹은 95년 전통의 미국계 운용사로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 운용에 강점을 가진 글로벌 투자회사다. 현재 운용 자산 규모는 2조8000억달러(약 3795조원)에 이른다.
이날 협의에는 마이크 기틀린(Mike Gitlin) 캐피탈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방한해 국내 시장 현안을 점검하고 하반기 공모 인컴형 신규상품 출시를 위한 투자 방향과 비즈니스 플랜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해외 유수 운용사들과의 협업 성공사례 등을 사례로 제시하며 상호 시너지 방안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피탈그룹과 손을 잡으면서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협업 파트너를 더 늘리게 됐다. 앞서 골드만삭스, 칼라일그룹, 만그룹, 얼라이언번스타인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우량 글로벌 자산을 국내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SK증권은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30일 인도 ICICI증권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협약식은 인도 뭄바이 ICICI증권 본사에서 열렸고 양사는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구조화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ICICI증권은 인도 최대 민간 금융그룹인 ICICI그룹 계열사로 인도 내 IPO·유상증자·블록딜 등에서 선도적 입지를 보유한 종합금융사다.
SK증권은 이번 협약을 통해 한국과 인도 간 크로스보더(Cross-border) IB 협력 체계를 본격화하고 글로벌 투자자 유치와 한국‧인도 기업의 상호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정호 SK증권 글로벌사업부 대표는 “세계 1위 인구 규모와 높은 성장률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핵심 신흥국인 인도 시장과의 전략적 연계 통로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ICICI 증권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은 물론 인도 내 유망 기업 및 투자자의 한국 자본시장 접근성 또한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증권사의 글로벌 금융사와의 협업에 대해 단순 파트너십을 넘어 국내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글로벌 자본시장과의 접점을 넓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뿐 아니라 중견사들도 글로벌 운용사·IB와 손잡고 해외 투자 기회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자산 다변화 수요가 맞물리면서 해외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