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신사업과 서비스 혁신에 나서고 있다. 금리와 물가 변동성이 커진 환경에서 안정적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각 사가 차별화된 솔루션으로 가입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장내채권’을 모바일 앱으로 직접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한다. 퇴직연금 DC(확정기여형), IRP(개인형퇴직연금) 가입자라면 누구나 국고채와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를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다.
이번 서비스는 한국거래소(KRX) 시세에 연동되고 이용자는 채권의 만기수익률과 예상 수익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퇴직연금 채권투자를 모바일에서 ETF처럼 간편하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투자 편의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김순실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운용본부장은 “최근 금리 환경 변화 속에서 채권은 안정적인 수익과 만기구조를 기반으로 자산 포트폴리오의 핵심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업계 최초 ETF 적립식 자동매수에 이어 장내채권 서비스를 발판삼아 앞으로도 DC, IRP가입자들의 수익률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 발굴에 매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영업 채널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1일부터 퇴직연금 모집인 제도를 본격 시행하며 기업·개인 고객 유치에 나섰다.
퇴직연금 모집인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사업자로부터 모집업무를 위탁받아 제도를 설명·중개하는 역할을 맡는다. NH투자증권은 보험설계사와 독립법인보험대리점(GA) 인력이 자격을 취득해 퇴직연금 영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기존에 증권사 접근이 어려웠던 중소기업과 개인 고객에게까지 채널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모집인을 통해 유치된 고객은 NH투자증권의 비대면 채널로 간편하게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 VIP PB팀 종합컨설팅 등 맞춤형 연금관리 솔루션을 제공받는다.
강민훈 NH투자증권 Digital사업부 대표는 “퇴직연금제도 모집인이 고객을 유치해오면 당사의 경쟁력 있는 인프라와 전문적인 서비스로 고객을 관리하겠다”며 “NH투자증권은 퇴직연금제도 모집인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와 지원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퇴직연금 시장이 매년 빠르게 팽창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각기 다른 전략으로 가입자와 자금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정부의 노후준비 정책과 맞물려 성장성이 매우 큰 시장으로 꼽힌다”며 “이제는 단순 수탁 경쟁을 넘어 모바일 거래 편의성·영업채널 혁신·맞춤형 자산관리 등 전방위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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