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적용 장비인 'TC본더 4'를 본격 생산한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고객사의 요구에 발맞춰 장비 성능 고도화와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한미반도체는 4일 TC본더 4 양산을 공식화했다. 또 하반기 HBM4 양산 일정에 맞춰 주요 반도체 고객사의 공급망에 차질이 없도록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설명했다. TC본더는 고온·고압을 이용해 D램 칩을 적층하고 이를 기판에 접합하는 장비다. 정밀도가 수율과 직결돼 HBM 공정 핵심 장비로도 불린다.
신제품은 기존 장비 대비 정밀도와 구조적 안정성을 크게 개선했다.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도 소프트웨어 기능이 업그레이드됐다. 한미반도체는 플럭스리스나 하이브리드 본더 등 차세대 접합 기술을 적용하지 않고도 HBM4 생산이 가능하도록 기술적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HBM 수요 확대 속에서 한미반도체는 글로벌 고객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마이크론은 한미반도체 TC본더 장비를 대량 주문하며 주요 고객사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마이크론은 HBM3E 12단 TC본더 전량을 한미반도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올해 4월 초 기준 마이크론이 확보한 TC본더 물량은 지난해 한 해 사들인 물량(약 30∼40대)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1조4000억원 규모의 TC본더 생산능력을 확보한데 이어 내년까지 TC본더 생산능력을 약 2조원 규모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하이브리드 본더(HB) 전용 공장을 신설하고, 차세대 장비 생산라인을 총 8만9530㎡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한미반도체는 최근 기존 최대 고객사인 SK하이닉스와 공급 갈등을 겪었다. SK하이닉스가 경쟁사 한화세미텍의 장비를 도입하면서 독점 공급 체제를 흔들면서다. 한미반도체는 장비 단가를 25% 인상하고 하이닉스 생산라인에 파견된 엔지니어를 전원 철수하는 등 강수를 뒀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인력이 복귀하면서 양사 관계는 봉합됐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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