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자사 인공지능(AI) 칩 ‘Ascend 910B’의 해외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수출 규제 속에서도 중동과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AI 칩 시장 진입을 모색하는 행보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각) 화웨이가 자사의 인공지능(AI) 칩 ‘Ascend 910B’를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에 소량 수출을 시도 중이라고 보도했다. / 화웨이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각) 화웨이가 자사의 인공지능(AI) 칩 ‘Ascend 910B’를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에 소량 수출을 시도 중이라고 보도했다. / 화웨이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각) 화웨이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등 국가의 잠재 고객들과 접촉하고 Ascend 910B 칩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현재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AI 칩 시장에 도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화웨이는 910B 칩을 수천 개 단위로 제안하고 있다. 또 고성능 버전인 910C 칩을 탑재한 중국 내 AI 시스템 ‘클라우드매트릭스(CloudMatrix) 384’의 원격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910C 칩은 성능은 뛰어나지만 공급량이 부족해 현재는 중국 내 일부 고객에만 우선 공급되고 있다. 해외 수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웨이의 해외 판매 시도는 아직 계약 체결로 이어지지 않은 상태다. 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AI대학(MBZUAI) 등 주요 기관은 화웨이 제안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측과 협상도 진전 여부가 불분명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자국 데이터·AI청(SDAIA)을 통해 구매 가능성을 검토하며 일부 협상은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말레이시아에 Ascend 칩 약 3000개를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 칩이 미국 기술 기반으로 제조된 만큼, 승인 없이 수출·사용될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말레이시아, 태국 등지로의 AI 칩 수출을 제한하기 위한 새로운 수출 규제안도 마련 중이며, 최종 확정 단계는 아니다.

미국은 중동과 동남아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AI 인프라 사업에 높은 경계심을 유지하고 있다. UAE와 사우디는 이미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및 AMD 칩 도입 계약을 체결했지만 해당 물량에 대한 미국 정부의 수출 허가는 아직 발효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화웨이가 연간 약 20만 개의 AI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는 대부분 중국 내에서 소비되고 있으며, TSMC를 통해 과거 확보한 Ascend 910B 칩 290만 개 재고는 별도다.

미국 상무부 제프리 케슬러 차관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중국의 AI 칩 생산량은 아직 적지만, 화웨이의 글로벌 확장 시도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