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30분 이상 지연되면 교통비를 돌려드립니다.”
“공연 관람 중 다치면 보상해드립니다.”
보험사들이 일상 속 ‘작은 불편’과 ‘취향’을 겨냥한 ‘미니보험’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렴한 보험료와 모바일 기반의 간편한 가입·청구 절차로 특히 젊은층의 반응이 뜨겁다. 업계는 수익성은 낮지만 고객 접점을 넓히고 영업 채널을 확장하는 데 실질적 효과가 있다는 판단 아래 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교보생명, 롯데손해보험, NH농협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이 잇따라 미니보험을 선보이고 있다. 특정 질병은 물론 일상 활동, 사회문화적 특성 등 세분화된 생활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 보험료는 대부분 월 2000원대 미만 소액으로, 젊은 세대의 진입장벽을 대폭 낮췄다.
삼성화재는 수도권 지하철이 30분 이상 지연될 경우 교통비를 보장해주는 ‘지하철 지연 보험’을 최근 출시했다. 수도권 직장인들의 출퇴근 스트레스를 겨냥한 상품으로, 탑승 정보와 지연 여부를 자동으로 인식해 보장 여부를 판단한다. 청구도 간단해 출시 직후부터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교보생명은 장시간 독서로 인한 질환을 보장하는 ‘e독서안심보험’을 내놨다. 거북목, 요통, 척추질환 등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수험생, 사무직 종사자들이 흔히 겪는 증상을 중심으로 보장을 설계했다. 보험료는 월 1000원대로 건강 관리에 관심은 있지만 본격적인 장기 보험은 부담스러운 젊은층이 주요 타깃이다.
캐롯손해보험은 반려견 산책 1회당 보장이 적용되는 펫보험을 선보였다. 산책 앱과 연동돼 일정 거리 이상 산책을 하면 자동으로 보장이 적용되며, 보험료는 회당 200원 안팎이다. 기존 장기성 펫보험 대비 부담이 적고, 일상에 밀착된 방식이라는 점에서 반려인들 사이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콘서트 관람 중 사고를 보장하는 ‘덕밍아웃상해보험’을 출시했다. 공연장이나 팬미팅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해를 중심으로 보장이 구성돼 있다. 주요 팬덤 커뮤니티를 통해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 보험명에 ‘덕질(팬 활동)’이라는 단어를 직접 넣은 점도 파격적이다. 업계에서는 “팬 문화까지 보험 상품으로 확장한 실험적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단건 수익성은 크지 않지만, 고객과의 첫 접점을 확보하고 브랜드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대면 채널이 아닌 디지털 기반으로 유입되는 소비자에게 ‘입문용 보험’의 역할을 해서다. 장기적으로는 주력 상품 전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보험사가 거는 기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보장 수요가 있음에도 기존 보험 구조에서는 놓치기 쉬웠던 틈새를 공략했다는 점에서 미니보험은 의미가 있다”며 “단순 유행에 편승하기보다는, 소비자 생활패턴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맞춤형 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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