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실적을 공개한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기존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생명보험사는 저축성·연금보험 판매에 다시 시동을 걸었고, 손해보험사는 ‘디지털 전환’을 외치던 과거 노선을 접고 대면 영업 확대에 나섰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계 생보사인 신한라이프, KB라이프생명은 저축성보험 및 연금보험 판매를 늘리며 외형 확대에 나섰다. 암보험, 간병보험 등 보장성보험 판매에만 치중하기보단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며 유동성 관리에 돌입했다.
신한라이프의 올해 상반기 저축성 및 연금보험 신계약 APE(연납화보험료)는 614억원으로 전년 동기 336억원 대비 83% 급증했다. APE는 보험사가 월납, 분기납, 일시납 등 모든 형태의 보험료를 1년 단위로 환산한 숫자를 말한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말 가입후 20년까지 연 단리 7%를 최저보증하는 연금보험 ‘신한ONE더라이프’를 출시하면서 연금시장 확대에 나섰다. 해당 상품은 40세 남성이 매달 50만원씩 10년간 납입하면, 65세부터 매년 727만원씩 100세까지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KB라이프생명 상반기 저축성 및 연금보험 APE도 4365억원으로 전년 동기 2815억원 대비 55% 증가했다. 연금보험 강점을 지닌 푸르덴셜생명이 전신인만큼 꾸준히 연금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KB 트리플 레벨업 연금보험(무)’을 출시했다. 상품은 5년 납입 기준으로, 7년 시점에는 납입한 기본보험료의 100%, 10년이 경과하면 130%, 연금 개시 시점에는 납입한 기본보험료의 130%에 매년 2.0%를 더한 금액을 제한 없이 최저 보증한다.
그간 생보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 위주로 판매 전략을 세웠었다. 새 회계제도(IRFS17)하에서 저축성보험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져서다. 납입보험료와 약속된 이자를 더해 계약자에게 돌려줘야하는 저축성보험보단 당장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장기 유동성과 자산·부채 종합관리(ALM) 측면에서 저축성보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저축성 및 연금보험의 경우 장기 운용이 가능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유지율을 보장해 유동성 관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리인하와 금융당국 기조에 따라 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보장성보험만으론 안정적인 자본관리가 어려워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저축성보험 취급을 늘려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일치시키려는 보험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계 손해보험사는 디지털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대면 채널 강화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들 손보사가 앞다퉈 내놓은 ‘미니보험’이 당초 기대했던 수익성과 유지율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장기보험 중심의 영업 전략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실제 해외여행보험, 레저보험 등을 주로 취급했던 신한EZ손보의 경우 올해 상반기 15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18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된 수치다.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신한EZ손보는 장기보험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7월 실손보험을 출시한 데 이어 운전자보험, 건강보험 등 다양한 장기보험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관련 상품 개발 인력도 충원하며 체질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통상 장기보험은 가입 기간이 길고 담보 구조가 복잡해 설계사 등 대면 채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에 신한EZ손보는 대면영업 기반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 토스인슈어런스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대면 영업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하나손해보험도 대면 채널 강화를 추진 중이다. 올해 상반기 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33억원 대비 적자 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됐지만, 지난해 280억원의 순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실적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이다.
특히 하나손보는 배성완 대표 취임 이후 전속 설계사 조직 강화와 영업 전략 재편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하나손보의 전속 설계사는 400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82명 증가했다. GA 영업조직도 기존 7개 사업단·17개 지점에서 9개 사업단·35개 지점으로 확대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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