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윤활유·액침냉각 사업을 담당하는 SK엔무브의 합병을 결정했다. 동시에 8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 계획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전기화 사업 경쟁력 강화와 재무 건전성 제고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024~2025년 SK이노베이션 계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 SK이노베이션
2024~2025년 SK이노베이션 계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과 SK온, SK엔무브는 3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SK온이 SK엔무브를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합병법인은 11월 1일 공식 출범한다. 

합병을 통해 SK온은 자본 1조7000억 원,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80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즉시 얻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합병 시너지로 연간 2000억원 이상의 EBITDA가 추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SK온-SK엔무브 합병과 사업구조 재편 / SK이노베이션
SK온-SK엔무브 합병과 사업구조 재편 / SK이노베이션

사업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SK온의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와 SK엔무브의 윤활유, 액침냉각, 전기차 공조용 냉매 등 제품 라인업이 결합되면서 동일 고객군을 활용한 교차 판매가 가능해진다. 특히 배터리와 액침냉각을 결합한 패키지 사업 등 신규 시장 진입 기회도 확대될 전망이다. SK온은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EBITDA 10조원 이상 창출과 부채비율 100% 미만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합병은 2024년부터 추진해 온 SK이노베이션 계열사 전반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전략의 연장선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SK E&S와 합병했고, SK온은 2024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석유·배터리 중심 사업에 LNG 밸류체인을 더한 통합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손익 변동성을 완화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 안정화 개요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 안정화 개요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합병과 함께 대규모 자본 확충에도 나선다. 올해 총 8조원의 자본을 조달해 순차입금을 9조5000억원 이상 줄일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2조원)와 영구채 발행(7000억원)을 추진하고, SK온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2조원)에 나선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3000억원을 유상증자한다. 이 과정에서 SK㈜와 금융기관이 참여한다.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활용해 재원 유출을 최소화한다.

SK이노베이션은 재무적 투자자가 보유한 SK온 전환우선주 전량(3조5880억원)과 SK엔무브 지분 1200만 주를 매입했다. 비핵심 자산 매각 및 유동화를 통해 차입금 1조5000억원 이상을 줄이는 등 자산 효율화 작업도 병행한다.

2025년 SK이노베이션 자본확충 구조 / SK이노베이션
2025년 SK이노베이션 자본확충 구조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석유·화학, LNG·전력, 배터리, 에너지 솔루션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전기화 시대에 경쟁력 있는 통합 에너지 회사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수익 창출력과 재무 안정성을 동시에 강화해 2030년 EBITDA 20조원, 순차입금 20조원 미만 유지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번 사업·재무구조 양방향 리밸런싱을 통해 EBITDA를 개선하고 순차입금을 감축해 국내 톱티어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달성하겠다”며 “안정적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을 모두 갖춘 SK이노베이션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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