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장용호 신임 총괄사장이 임기 시작과 동시에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자회사인 SK온과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가 2026년까지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투자금 회수 전략이 흔들리며 유동성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챗GPT로 생성한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 관련 이미지. 
챗GPT로 생성한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 관련 이미지. 

장용호 총괄사장은 19일 첫 전사 타운홀 미팅을 통해 리밸런싱을 강조했다. 그는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라며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부터 배터리까지 전 부문에서 이어지고 있는 실적 부진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제는 자회사인 SK온과 SK엔무브의 상장(IPO)이다. 모두 2026년까지 상장을 완료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중복 상장 규제에 나서면서 내부 목표인 2026년까지 상장 완료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는 올해들어서만 4번째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우려를 제기하면서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박상규 전 사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이 전사적으로 공을 들이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상장도 어려운 여건에 놓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쪼개기 상장', '중복상장' 등 자본시장 왜곡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하며 상법 개정 드라이브를 건 가운데, SK온 역시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의 구조가 중복상장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아서다. 오히려 상장 성사는 물론 절차 자체가 기존보다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

재무 상황도 발목을 잡는다. SK온은 올해 1분기 299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주요 계열사 중 최대 손실을 냈다. 2024년 3분기 일시적으로 흑자를 냈지만 다시 적자를 지속하는 상태다. 전기차 수요 부진 등 배터리 시장 침체가 수년째 장기화되고 있어 실적 개선 기대감을 낮춘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도 SK온의 부진 여파로 같은 분기 4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0%로 치솟았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정크본드)'으로 강등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당초 자회사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전략을 짰는데, 일정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투자자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유동성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자회사 상장은 다양한 옵션 중 하나일 뿐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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