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분기 극명하게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은 6개 분기 만에 최저치인 4000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친 반면, SK하이닉스는 9조2129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HBM3E 확대와 파운드리 수주 확대를 통해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린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며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 매출 74조5663억원, 영업이익 4조6761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영업이익은 4000억원이다. 메모리에서 약 3조원대 이익을 냈으나 시스템LSI·파운드리에서 2조원대 후반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부문은 AI 서버 수요 증가에 대응해 HBM3E와 고용량 DDR5 판매를 확대했고, 서버 SSD 판매도 늘었다.
하반기 DS부문은 HBM·DDR5·LPDDR5X·GDDR7 등 고부가 메모리 공급 확대, SSD 판매 증대, 엑시노스 경쟁력 강화,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추진한다.
전체 HBM 수주에서 HBM3E 비중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주요 고객사별 양산 승인 절차를 마치며 판매량을 상반기 대비 크게 늘릴 계획이다. HBM4 개발은 이미 완료돼 샘플을 출하했다. 2026년 본격 수요에 맞춰 생산능력을 확충한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테슬라와 약 165억달러 규모의 선단공정 제품 계약을 체결하며 대형 고객사 확보에 성과를 냈다. 2나노 1세대 공정은 양산 준비를 마쳤고, 3나노 GAA 공정에서는 모바일향 제품 양산이 진행 중이다. 다만 첨단 AI 칩 대중(對中) 제재와 성숙공정 가동률 저하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7월 31일 열린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과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공급을 늘리고 파운드리 고객 다변화를 통해 하반기 수익성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연결 매출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41%를 달성했다. 2024년 4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을 웃돌았다. D램과 낸드 출하량이 모두 가이던스를 상회했고, 특히 HBM3E 12단 판매 확대가 실적을 견인했다.
회사는 올해 HBM 매출을 전년 대비 약 2배로 늘려 안정적인 실적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HBM4는 고객 요구 시점에 맞춰 적기 공급이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 가격 협상에서도 수익성을 유지할 방침이다. 낸드는 QLC 기반 고용량 eSSD와 321단 제품군을 중심으로 수익성 운영 기조를 이어간다.
설비 투자도 HBM 중심으로 집중된다. 청주 M15X 팹은 4분기 오픈해 HBM 양산에 투입되고, 용인 1기 팹은 2027년 2분기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미국 인디애나 어드밴스드 패키지 팹도 병행 준비해 글로벌 생산 인프라를 확충한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제품군 다변화를 통해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서버용 LPDDR 모듈 공급을 연내 시작하고, GDDR7 제품군은 기존 16Gb에서 24Gb로 확대해 AI GPU 시장 대응력을 높인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은 “2026년까지 확보된 수요에 맞춰 선제 투자를 이어가고, HBM 경쟁력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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