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TV라는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인공지능(AI) 경험을 고도화한다. 이는 사실상 DX부문 내 사업부 간 경쟁으로 인식되면서 각 플랫폼의 진화 속도를 앞당기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손 안에서 자연스럽게 AI를 활용할 수 있는 ‘갤럭시 AI’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거실을 중심으로 한 AI TV 경험 확산에 힘을 싣고 있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AI를 통해 사용자의 생활 전반에 더 깊숙이 스며드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는 같다.

7월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듀갈 그린하우스(Duggal Greenhouse)에서 개최된 하반기 '갤럭시 언팩 2025'에서 신제품을 체험하는 관객들 / 삼성전자
7월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듀갈 그린하우스(Duggal Greenhouse)에서 개최된 하반기 '갤럭시 언팩 2025'에서 신제품을 체험하는 관객들 / 삼성전자

‘서클 투 서치’로 확장되는 갤럭시 AI 생태계

MX사업부는 구글과 협력해 갤럭시S24 시리즈에 처음 적용한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를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사용자는 웹 서핑, SNS, 유튜브 등 어떤 화면에서든 홈 버튼을 길게 누른 뒤 이미지나 단어를 동그라미로 표시해 곧바로 검색할 수 있다. 결과는 관련 정보와 함께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요약 개요로 제시되며 필요 시 후속 질문을 이어갈 수 있다.

이 기능은 갤럭시S25 시리즈에서 멀티모달 AI로 한 단계 확장됐다. 이제는 이미지·텍스트뿐 아니라 기기에서 재생되는 사운드까지 검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영상에서 배경 음악이 궁금하면 ‘서클 투 서치’를 실행해 바로 곡명을 확인할 수 있다. 멀티모달 AI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해 보다 자연스러운 사용자-기기 상호작용을 구현한다.

대화형 AI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와 결합도 강화됐다. 갤럭시Z 폴드7의 대화면에서 게임을 하다가 필요한 아이템 정보를 검색할 경우, 게임을 멈추지 않고도 서클 투 서치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서클 투 서치를 포함한 갤럭시 AI 기능을 내세워 모바일 AI의 대중화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은 7월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2억대의 기기에 갤럭시 AI를 탑재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올해는 그 두 배인 4억대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스토어를 찾은 방문객이 '클릭 투 서치' 기능을 체험하고 있다. / 삼성전자
삼성스토어를 찾은 방문객이 '클릭 투 서치' 기능을 체험하고 있다. / 삼성전자

‘클릭 투 서치’로 진화하는 AI TV 경험

VD사업부는 TV를 단순한 시청 기기에서 AI 기반 생활 파트너로 진화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AI TV 전략의 핵심은 ‘AI 홈’, ‘AI 어시스턴트’, ‘AI 시청 최적화’라는 세 가지 기능이다. 

AI 홈은 실내 온도, 공기질, 생활 패턴 등을 분석해 적절한 기기 제어를 제안하고, 홈 모니터링 기능으로 반려동물 감지나 이상 행동을 실시간 알림으로 알려준다. AI 어시스턴트는 실시간 자막 번역, 콘텐츠 추천, 정보 탐색 기능으로 시청 편의성을 높인다. AI 시청 최적화는 AI 기반 업스케일링과 HDR 리마스터링으로 저해상도 콘텐츠도 고품질 화질로 변환해 제공한다.

이러한 개인화된 시청 경험의 중심에는 ‘클릭 투 서치(Click to Search)’가 있다. 시청 중 화면에서 인물이나 사물, 제품이 궁금할 때 리모컨 AI 버튼을 누르면 빅스비가 관련 정보를 자연어로 제공한다. 기존 콘텐츠 관련 정보 탐색을 넘어 일상 생활과 관련된 정보 검색까지 지원한다. 예를 들어 “김밥 레시피 알려줘”라고 하면 조리법과 관련 영상을, “제주도 4박 5일 일정 추천해줘”라고 하면 여행 일정과 연관 콘텐츠를 제안한다.

사용자는 TV와 대화하듯 후속 질문을 이어갈 수 있다. 빅스비는 맥락을 인식해 답변을 이어간다. 공중파, 케이블, 삼성 TV 플러스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으며, 향후 OTT 채널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VD사업부장(사장)은 4월 7일 서울 강남구 삼성 강남에서 열린 '언박스 앤 디스커버(Unbox & Discover) 2025' 행사에서 "AI TV는 기존 스크린이 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여는 핵심이다"라며 "소비자들의 기대를 넘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